4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지난해 연간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는 매출35조6903억원, 영업이익1조8848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16%, 44.7%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에쓰오일 실적은 급변한 국제유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탔다. 1분기에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며 2분기에 정유사업 부문에서 2921억원의 적자를 보였다. 3분기에는 유가와 정제 마진이 최고점을 찍은 덕분에 깜짝 실적을 냈지만 4분기는 성장 둔화 탓에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0.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4분기에만 21.08% 하락한 가격이다. 지난해 2분기 100~120달러를 넘나들었던 것과 비교해도 급감한 수준이다.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정유 사업이 가시밭길을 걷게 되자 에쓰오일은 탈(脫)정유에 힘쓰고 있다. 우선 에쓰오일은 액침냉각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액침냉각이란 열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 액체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을 의미한다.
액침냉각 기술은 특히 윤활유 사업의 주요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용 배터리, 급속 충전기 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서버에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윤활유 사업은 당초 에쓰오일 전체 매출의 10% 수준에 그칠 정도로 비주류 사업이었지만 최근 전기차 시장 확대 영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석유화학 업계 매머드급 프로젝트로 꼽히는 샤힌프로젝트에도 집중할 모양새다. 샤힌프로젝트는 총 9조2580억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석유화학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에쓰오일 대주주인 아람코가 한국에 투자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연간 150만톤(t) 규모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샤힌프로젝트가 성황리에 마무리되면 에쓰오일의 현재 매출에서 12%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부문 매출이 최대 2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자금과 인력 확보는 관건이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투자금 중 71%(6조5732억원)를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 등 내부 조달로 채워 재무 건전성을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4분기 실적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투자금 확보가 단기간 내에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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