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성장 둔화에 접어들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3%를 기록하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70%로 줄어들었다. 올해 증가율은 28%로 전망된다. 전기차 수요 감소세에 포드,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투자 계획을 수정하는 등 전동화 전환을 망설이는 모양새다.
실제 포드는 기존 50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전기차·배터리 투자계획에서 12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가량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K온과 미국 켄터키주(州) 2공장 가동도 미뤄졌다. 폭스바겐과 GM도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은 2026년 독일에 설립하기로 했던 전기차 전용 공장 계획을 백지화했고, GM은 미국 미시간주 전기 픽업트럭 공장 가동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흐름과 달리 전기차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1월 울산공장 내에 연산 2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설립에 착수했다. 기아도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15만대를 생산하는 전기 목적기반모빌리티(PBV) 공장 설립을 진행하는 등 전기차 생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 11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진행된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큰 틀에서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운영의 묘를 살려 (투자를)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는 여타 기업들이 전기차 약세에 따라 기존 전략을 수정하는 것과 달리 당초 계획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에 잠깐의 허들이 있다지만 급하게 전기차 생산을 줄일 생각은 없다"고 쐐기를 박은 바 있다.
정 회장의 퍼스트 무버 전략은 올해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 11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674만2039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수치이자 지난해 연간 판매량(684만8198대)의 98.4%에 인접한 성적이다. 이같은 추세가 올 12월까지 이어질 경우 4년 만에 연간 판매량 700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 회장이 현재 퍼스트 무버 전략을 잘 펼치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꾸준한 연구·개발은 다른 브랜드와 차별점을 둘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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