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배터리 소재 업계, '공급 과잉' 양극재 이을 새 동력 '차세대 음극재'

고은서 기자 2023-12-14 06:00:00
양극재 공급 과잉 탓 기업 실적·수익성 악화 실리콘 음극재, 中 수입 의존 낮출 혁신되나 상용화까지는 가격&부피 팽창 문제가 관건
음극재 소재에 따른 배터리 특성[사진=포스코퓨처엠 뉴스룸]
[이코노믹데일리] 배터리 업계에서 기존 음극재보다 배터리 충전 속도와 용량 측면에서 향상된 실리콘 음극재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 공급 과잉 우려가 제기된 양극재 업계에서는 양극재 뒤를 이을 '게임체인저'로 등극했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양극재 업체(LG화학·포스코퓨처엠)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이 모두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배터리 시장 성장으로 리튬 생산 능력이 크게 늘어났고, 국내 양극재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다. 

리튬 가격 하락에 더해 전기차 판매량까지 둔화되면서 양극재 업체들은 기존 주력 사업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양극재 판가는 리튬 가격에 직결되는 구조로, 과거에 비싸게 구매한 리튬으로 만든 양극재를 싸게 판매하면 자연스레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리튬 가격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7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당 90.5위안(약 1만6220원)으로 2021년 8월 10일(90위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양극재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개발·양산해 한층 꺾인 성장세에도 전지 사업을 줄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오는 2028년까지 양극재 밸류 체인 허브 '블루밸리 캠퍼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현재 연산 18만톤(t) 규모인 생산 능력을 2028년까지 71만t으로 늘릴 것을 예고했다. 

LG화학은 현재 △충북 청주공장(생산 능력 7만t) △중국 우시공장(생산 능력 5만t)이 가동 중이며 내년 가동할 경북 구미공장을 포함하면 내년 총 양극재 생산량은 18만t으로 늘어나게 된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유럽 등 새로운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해 오는 2028년까지 47만t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통상 전기차를 1만5000대 생산할 수 있는 배터리 1기가와트시(GWh)당 양극재가 2000t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퓨처엠과 LG화학 양사의 2028년 예상 생산 능력은 전기차 885만대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양극재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투자와 증설을 한 탓이다. 지난 10월 삼성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양극재 기업의 올해 연말 기준 생산 능력(492GWh) 추정치는 내년 글로벌 수요(예상치)보다 142%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양극재 공장 증설을 잠시 멈추고 배터리 원가에서 약 15%을 차지하는 음극재로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기존 양극재 경쟁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음극재로 떠오르는 실리콘 음극재를 통해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가 5배가량 높아 전기차 주행 시간을 늘리고 충전 시간을 줄이는 데 장점을 갖췄다. 올해 1~9월 기준 천연흑연·인조흑연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각각 97.7%, 94.3%로 이를 낮출 수 있는 혁신 기술로도 꼽힌다. 

포스코퓨처엠, SK머티리얼즈, LG화학 등 국내 기업들은 실리콘 음극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SK머티리얼즈는 연산 2000t 규모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완공했으며 오는 2025년까지 생산량을 연 1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포스코그룹도 연산 5000t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공장 건설을 앞두고 있으며 LG화학도 실리콘 100%로 만든 음극재 '퓨어 실리콘'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실리콘 음극재의 가격과 충·방전 때 부피가 팽창하는 점이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께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