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사태 후폭풍 '구조조정'…여의도 증권가 2차 혹한기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임직원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수장 교체에 이어 가장 두드러지는 증권가 변화 양상인데, 신용평가사는 증권사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부동산금융·PF 등으로 나뉘었던 기업금융(IB) 3본부를 단일 본부 체제로 합쳤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존 7개의 부동산사업부를 4개로 줄이는 조직개편을 실행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부동산금융 관련 업무을 도맡던 김진영 사장 등 임원 2명을 면직하는 한편 다른 본부장급 임원 5명에 대해 보직을 면했다고 밝혔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부동산 PF 관련 영업 리스크를 점검했고 그 결과 영업을 효율화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취지"였다고 개편 배경을 설명했다.

각 증권사는 부동산 PF 인력 감축에 들어가면서 자체적인 내부 감사를 병행하는 실정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증권 IB 부문을 포함한 비정기 감사를 실시했고, NH투자증권도 최근 IB 부문 내부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PF 부실을 비관하며 증권사 신용등급을 속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다올투자증권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전망의 경우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아울러 하이투자증권 무보증 회사채 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여러 시장 참여자들과 회의를 벌이며 PF 부실 우려 진화에 나선 실정이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5대 금융지주의 PF 총괄 부사장들을 소집해 내년 전망·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PF 시장 상황 및 정책 방향과 관련해 현장 목소리와 건의사항 등을 청취하는 차원"이라며 "시행사와 건설사, 2금융권 등까지 포함해 10차례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으로, 올 1분기 말(131조6000억원)에 비해 1조5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의 경우 2.01%에서 2.17%로 0.16%포인트 늘었는데, 이 가운데 증권사 연체율이 2분기 말 기준 17.28%까지 올라 있다.

그간 당국과 금융권은 대주단 협약에 따른 대출 만기 연장으로 부실 사태를 막는 데 주력해 왔다. 이에 대해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만기 연장이 이어지면서 이자 부담은 기간과 금리 측면에서 가중될 것이고 이는 PF 원가 상승으로 연결돼 사업성을 더욱 저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기 연장으로 이자 부담이 더욱 증가하는 상황은 최종 엑시트(자금 회수)와는 반대로 가는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하면서 질서 있는 사업 재구조화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PF 연착륙에 절대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