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한은, 기준금리 '7연속 동결'…경기 둔화 '부담' 무게↑

박이삭 기자 2023-11-30 10:58:11
가계부채 증가하나 소비·투자 위축 우려 "내년 상반기 美 피봇→韓 인하" 전망 우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면서 올해 7연속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으나 경기 둔화 부담에 더 무게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개최된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인 연 3.50%를 동결했다. 해당 기준금리는 지난 2월 동결 이래 4·5·7·8·10월에 이어 7회 연속, 10개월째 유지되는 중이다.

이 같은 한은 결정은 가계부채 뇌관 속에 성장 동력을 상실한 '불균형' 구조 고착화에서 비롯됐다. 

같은 날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4%로 묶었으나 내년 성장률의 경우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10월 산업활동동향 통계에서는 생산(-1.6%)·소비(-0.8%)·투자(-3.3%) 등 주요 지표가 지난달보다 낮아짐에 따라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1.6% 낮아졌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금통위 회의 전 "반도체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고물가·고금리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투자가 계속 부진할 것"이라며 "이처럼 경기와 자금시장 등이 아직 불안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물가 상승 속도가 과거에 비해 나아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점도 금리 동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국제 유가 역시 양호한 추이를 나타내 당장 물가 압박이 심하지 않은 상황도 이번 결정에 작용됐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조사를 보면 미국의 12월과 내년 1월 금리 인상 확률이 '0'으로 나온다"며 "그만큼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확신한다는 것인데, 이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릴 이유는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이런 '간보기'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한 뒤, 미국 피봇(통화정책 전환)과 맞물려 금리 인하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소장은 "연준은 내년 5월이나 6월 인하를 시작할 것 같고, 한은은 미국 인하를 확인한 뒤 7월 정도 낮추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다만 소비지출을 중심으로 미국의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면 미국의 인하가 5월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