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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푸조 e-2008 GT 800㎞ 타보니…"아! 쉽다, 아쉽다!"

성상영 기자 2023-11-21 06:00:00
운전하기 쉽고 잘 달리는 소형 전기 SUV 배터리 용량 한계, 장거리 욕심은 버려야
푸조 e-2008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푸조 e-2008은 '연비 깡패'로 불리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푸조 2008의 전동화 모델이다. 디젤 엔진을 탑재한 푸조 2008은 작은 체구에도 압도적인 연비로 주유 한 번에 500~600㎞는 거뜬했다. 그래서 GT(그란 투리스모)라는 트림(세부 모델) 명칭이 어울렸다.

그런데 푸조 e-2008을 794㎞ 타며 두 가지 탄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 쉽다" 그리고 "아쉽다!"

주행 성능은 나무랄 게 없었다. 디젤 모델에 뒤지지 않는 구동력, 전기 모터가 선사하는 빠른 반응 모두 인상적이었다. 크기와 어울리지 않게 꽤나 묵직한 감각도 괜찮았다. 급선회 때는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네 바퀴가 두루 잘 따라왔다. 푸조 e-2008은 전기차를 처음 몰아보거나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차였다.
 
푸조 e-2008 충전하는 모습[사진=성상영 기자]
한계도 명확했다. 배터리 용량이 50킬로와트시(㎾h)에 불과한 탓에 한 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짧았다. 환경부 인증 복합 주행거리는 260㎞이고 고속도로에선 240㎞를 달린다. 회생제동이 적극적인 'B(브레이크) 모드'를 잘 활용하고 난방은 최대한 약하게, 시속 90㎞ 정도로 경제 운전을 하면 가능할 수 있겠다. 저온 환경, 고속에서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는 건 다른 차도 매한가지지만 주행거리는 분명 아쉬웠다.

작은 배터리 용량과 짧은 주행거리는 GT라는 트림 명칭과 이질적이다. 한 번 충전으로 300㎞는 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후기도 봤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푸조 e-2008은 100~200㎞ 안팎의 중·단거리를 부담 없이 타기에 가장 알맞다.
 
푸조 e-2008 앞좌석[사진=성상영 기자]
배터리에 대한 아쉬움만 빼면 푸조 e-2008은 다른 유럽 대중 브랜드 전기차와 비교해 밀리지 않는 상품성을 지녔다. 소형 SUV는 통통 튀는 승차감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무게 중심이 낮은 덕분인지 더 큰 차를 탄 듯한 느낌이 들었다. 1열 창문과 바닥에서 들어오는 소음도 작아 운전을 하다 보면 '나만의 세상에 있다'는 착각도 가끔 들었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는 필수일 정도로 기본적인 인포테인먼트, 추울 땐 따뜻한 바람 불어주고 더울 땐 시원하게 해주는 게 거의 전부인 공조 기능은 지극히 유럽 차답다.

다행히 연말 프로모션으로 1100만원 넘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이 좋아졌다. 시승차인 푸조 e-2008 GT 트림 가격은 5490만원, 할인과 친환경차 보조금을 모두 뺀 예상 가격은 서울 기준 3760만원이다.
 
푸조 e-2008 뒷모습[사진=성상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