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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현대차 쏘나타 디 엣지, 30대를 위한 마지막 중형 세단

성상영 기자 2023-11-03 09:38:42
준중형 아쉬움 달래주러 4년 만에 '귀환' 내·외장 갈아엎으며 고급감·세련미 잡아 소음·진동 억제 뛰어나고 승차감 매력적 대형·SUV가 대세지만 존재 가치는 여전
현대자동차 '쏘나타 디 엣지'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준중형에서 중형으로 넘어갈 때 '세그먼트(등급)'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한다는 말이 있다. 차를 살 때 '그 돈이면'이라는 조건부 화법이 제일 자주 등장하는 구간이 아반떼 '풀옵션'에서 쏘나타 '깡통'까지다. 차체가 월등히 커질 뿐 아니라 소음·진동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제공되는 옵션도 훨씬 많아진다.

현대자동차 대표 중형 세단인 쏘나타는 '국민 패밀리카' 역할을 오래 맡아 왔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그랜저에 내줬다. 밑에서는 아반떼가 치고 올라오고 위에서는 그랜저에 눌린다. 중형 세단이 존재감을 잃어버린지는 이미 몇 년 된 얘기다. 심지어 단종설까지 나왔다.

그런 쏘나타가 오랜 담금질을 마치고 나왔다. 8세대 모델이 2019년 3월 처음 출시된 이후 통상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주기인 3년을 넘겨 4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달 27일 만난 '쏘나타 디 엣지'는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우겠다는 듯 재탄생한 모습이었다.
 
현대차 '쏘나타 디 엣지' 외관[사진=성상영 기자]
◆젊은 척하는 아저씨에서 '진짜 젊은 차'로

쏘나타 디 엣지는 일명 '메기 얼굴'로 놀림받은 얼굴을 뜯어고친 페이스리프트 차량이다. 스타리아와 코나, 그랜저에 선보인 현대차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반영됐다. 가로로 곧게 뻗은 일(一)자형 주간주행등과 과감한 라디에이터 그릴, 양 옆에 자리 잡은 보석 모양 전조등이 담대하면서 세련된 인상을 줬다.

뒷면은 아반떼, 싼타페와 같이 현대차의 'H'를 형상화한 후미등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8세대 초기 모델에 애매하고 엉성한 곡선이 쓰였다면 이번엔 확실한 수평과 수직이 매끄러운 윤곽과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 입체감을 살린 옆면은 바뀌지 않았는데 새로워진 앞뒤 덕분에 완성도가 올라간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젊은 척하는 아저씨에서 진짜 청년이 됐다. 특히 시승차에 적용된 에어로 실버 매트(은색 무광)가 압권이었다. 무광이 관리는 까다롭지만 빛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매력을 보여준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디 엣지' 뒷모습[사진=성상영 기자]
실내에서는 처음 출시된 당시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주의 깊게 비교하지 않으면 완전히 새로 그려 낸 수준이었다. 불편하다고 지적받은 변속 버튼도 칼럼 형태로 바뀌어 한층 편리해졌다.

운전석에 앉는 순간 '급(級) 차이'가 와닿았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를 둥글게 연결한 계기반과 인포테인먼트 화면, 앞쪽으로 깎아낸 듯한 대시보드의 면, 가로로 긴 송풍구 등이 간결하면서 고급스러웠다. 신체가 닿거나 시선이 모이는 곳은 대부분 가죽으로 마감했고 천장에는 독특한 감촉의 직물(멜란지 니트)을 덧대 심리적 만족도를 높였다. 물론 선택사양을 추가하거나 트림(세부등급)을 올려야 한다.

공간은 쏘나타답게 널찍했다. 차체 길이(전장)는 4910㎜, 축간거리(휠베이스)는 2840㎜로 아반떼보다 각각 200㎜, 120㎜ 길어 크기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뒷좌석은 아주 여유롭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앞좌석을 뒤로 빼더라도 시야가 답답하거나 무릎과 등받이 사이가 빡빡하지 않았다.
 
현대차 '쏘나타 디 엣지' 실내[사진=성상영 기자]
◆편안함과 역동성의 조화, 변주에 능한 연주자

처음 시동을 걸면 엔진음과 진동이 잔잔하게 들어오다 워밍업이 끝나니 이내 잠잠해졌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주도로로 진입하면 준비운동은 끝난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아반떼가 민첩하게, 그랜저가 중후하게 움직인다면 쏘나타는 딱 중간이었다.

주행하면 할수록 신형 쏘나타는 완성도가 높게 느껴졌다. 소음·진동을 상당히 잘 잡았고 승차감은 맛깔나게 다듬었기 때문이다. 이들 역시 하위 차종과 상위 차종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다.

시내 도로에서 시속 50~60㎞로 주행하면 노면 소음은 물론 맞바람 소리도 허락하지 않았다. 요즘은 소형차나 준중형 세단도 이 정도는 한다. 중형급 이상 차를 선택했을 때 진가는 고속 주행에서 드러난다. 고속도로에서 잠깐 속력을 시속 120㎞ 부근까지 올렸는데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이 적었다. 음악 소리를 일반 도로에서보다 두 칸만 올리면 충분한 정도였다.
 
현대차 '쏘나타 디 엣지' 동승석에서 운전석을 바라본 모습[사진=성상영 기자]
무엇보다 쏘나타 디 엣지는 하체가 참 매력적인 차였다. 맥없이 출렁이거나 날리듯 흐르지 않았다. 산길이나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급하게 돌려도 바퀴와 서스펜션이 바닥을 잘 붙잡고 갔다. 엔진 성능에 비해 한계치가 굉장히 높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동적인 주행을 위한 차가 아니었는데도 달리고 싶어졌다.

때로는 더 상위에 있는 플래그십(기함)에서 느낄 법한 승차감을 선사하기도 했다. 쏘나타 디 엣지는 결코 승차감이 단단한 차가 아니다. 시시각각 강약을 반복하는 노면의 굴곡, 충격을 기분 좋게 넘겼다. 예상 밖의 안정성,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전해지는 세련미까지 마치 변주에 능숙한 연주자를 만난 듯했다.
 
현대차 '쏘나타 디 엣지' 뒷좌석[사진=성상영 기자]
◆30대를 위한 차, 중형 세단의 존재 가치

엔진은 좀 더 강력해도 좋을 것 같았다. 시승차는 1.6리터(ℓ) 가솔린 터보(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물론 욕심을 좀 더 내 운전의 재미까지 더했다면 어땠을까 싶은 정도다. 오르막에서 빠르게 가속하다 보면 중형 세단의 무게가 체감됐다.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 결코 부족한 성능은 아니다. 초반 가속은 꽤나 빠른 편이고 시속 100㎞에서 앞 차량을 추월할 때 순간적으로 속력을 내기에도 충분했다. 본격적인 '펀 드라이빙(fun driving)'을 원한다면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N라인 2.5 터보 퍼포먼스' 모델을 추천한다.
 
현대차 '쏘나타 디 엣지' 옆모습[사진=성상영 기자]
휘발유를 사용하는 모델 중에는 스마트스트림 2.0 가솔린(2.0ℓ 가솔린 자연흡기)도 있지만 자동차세나 연비 등 유지비와 성능을 고려하면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터보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 18인치 휠을 장착한 시승차의 정부 신고 복합연비는 13.0㎞/ℓ, 시내와 고속도로를 합쳐 총 630㎞ 주행한 후 화면에 표시된 연비는 15.4㎞/ℓ였다.

아반떼가 2030을 폭넓게 품는다면 쏘나타 디 엣지는 30대를 위한 차다. 준중형 세단의 아쉬운 점을 채워주면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다. 중형 세단보다는 준대형 세단이, 세단보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차량이 '대세'로 통하는 가운데서도 쏘나타 디 엣지는 중형 세단의 존재 가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가격은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터보 △프리미엄 2875만원 △익스클루시브 3259만원 △인스퍼레이션 3623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