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30년 부었는데" 신한라이프, 암보험 부지급 논란…부실 약관에 고객들 '부글'

지다혜 기자 2023-11-16 05:00:00
해당 약관 내 '직접목적' 치료 구체적 내용 無 신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지급 사유 안돼" 법조계 "입장 충돌…소송시 주치의 의견 중요"
서울 중구 소재 신한라이프 본사 전경 [사진=지다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신한금융그룹 생명보험 계열 신한라이프가 암보험금 미지급 논란에 휩싸였다. 약관 내용 명시가 부실하다는 지적 속에 시위를 벌이는 암환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까지 제기할 것으로 전해져 고객들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1995년 8월 신한라이프의 암진단·암입원 보험금을 보장받는 30년 만기 '신한종합암보험' 상품에 가입했던 A씨는 200여일간 서울 중구 신한라이프 본사 앞에서 시위 중이다.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도 최근 합세, '신한라이프 암입원보험금 부지급 피해자' 모임을 꾸려 집단 항의하기도 했다.

A씨는 암입원 보험금은 최초 가입 당시 약관대로 지급해야 함이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약관에는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여'에서 직접목적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고 약관에도 없는 내용을 보험 계약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 보험 약관은 암입원보험금 보장은 피보험자가 암 진단 확정 이후 암치료를 직접목적으로 4일 이상 계속 입원 시 3일 초과 입원일수에 대한 1일당 급여를 지급한다고 돼 있다. 

논란의 핵심은 '직접목적'을 둘러싼 견해 차이다. A씨는 암 수술 후 암치료 직접목적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신한라이프에서 요양병원 치료를 면역력 회복 수준으로 봐 암치료 직접목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A씨는 "2020년 12월에 서울 모 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며 "그 후 2021년 1월에 항암제 경구약(타목시펜 5년 처방), 항암주사 매달 1회 투여(졸라덱스 2년 처방)받았고, 방사선 치료 30회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는 항암호르몬제를 항암제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식약처는 (항암호르몬제를) 항암성 종양제로 분류하고 있다"며 "보험사가 소장에서 주장하는 항암치료를 받은 바가 없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직접목적으로 항암성 종양제 치료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신한라이프가 암입원 보험금 관련 일방적 부지급을 통보했고 단지 암 직접치료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환자를 '두 번 죽이는' 셈으로 본인에게 소송까지 걸 입장 표시를 했다고 전했다.

신한라이프 측이 A씨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청구하며 1인 시위를 계속할 것인지 묻고 명예훼손을 언급했다는 전언이다. 신한라이프는 A씨에게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채권자를 상대로 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절차다. 지급할 보험금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보험사 측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암진단과 수술 및 항암치료 과정에서의 입원 등에 관련한 보험금은 모두 기지급 했다"며 "이번 입원급여금 청구 건의 경우 해당 입원기간 중에는 항암치료나 전이 재발 등 특별한 증상악화가 없었고 면역력 회복을 위한 치료로 확인돼 암입원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당사가) 금감원 지급 권고를 무시했다는 말도 사실무근"이라며 "재검토 해봤지만 지급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부지급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보험사와 환자 모두 각자 입장에서 유리한 판례를 근거로 제시할 수밖에 없는 점을 법적 분쟁이 지속되는 요인으로 꼽았다.

최혜원 씨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암 치료 후 후유증 완화 및 합병증 치료는 직접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상 애매하다"면서 "암 치료는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다 보니 보통 소송을 하게 되면 주치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금 지급 관련 소송에 대한 판례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보험사와 환자 간 입장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