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현장] 국내서 입지 넓히는 노르웨이 수산물…이커머스 가능성 주목

이희승 기자 2023-11-02 13:09:06
한국, 노르웨이 수산물 수입국 상위 14위 지속가능성·안전성·추적가능성 강조…전자위생증명서 적용도
요한 크발하임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 한일 총괄이사가 1일 오후 시그니엘 부산에서 열린 2023 노르웨이 시푸드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희승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노르웨이 수산물 업계가 국내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인 소비 동향을 반영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진출을 강화하는 등 원산지와 품질을 내세운 전략을 마련할 방침이다.

노르웨이수산물위원회(위원회)는 1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시그니엘 부산에서 ‘노르웨이 수산물의 미래’를 주제로 노르웨이 시푸드 세미나를 열고 노르웨이 수산물 수출입 현황과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요한 크발하임 위원회 한·일 총괄이사, 미아 번하드센 위원회 한국담당 매니저, 폴 차이 위원회 고문, 리세 K. 래너스 에어 카고 로지스틱스 매니저 등 노르웨이 관계자들을 비롯해 이호종 SSG 축수산팀장 등 국내 수산물 공급업자와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노르웨이는 세계 2대 수산물 수출국으로 주요 품종은 연어, 고등어, 대구, 청어, 송어, 레드킹크랩 등이다. 노르웨이 수산물 수출액은 올해 기준 1200억 크로네(NOK, 약14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약 75%가 양식 수산물이다. 

한국은 연어·고등어·레드킹크랩을 주로 수입하고 있으며 수입액 기준 노르웨이 수산물 수입국 상위 14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에 들어온 노르웨이 수산물량은 3만2257t에 달한다. 품목별로는 △고등어 1만6867t △연어 1만3473t △레드킹크랩 96t 순이다. 

크발하임 이사는 “한국은 노르웨이 수산물 수입국 중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가격과 물류 문제로 현재 수출량은 약 9% 감소했지만, 수출액 기준으로는 1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국은 지난 5월부터 수입 시 제출해야 하는 종이 위생증명서를 전자증명서로 전환해 수입 절차를 간소화한 바 있다. 노르웨이에서 전송된 위생증명서 번호를 조회해 전자위생증명서 송수신 시스템에 입력함으로써 수입신고하는 방식이다.

윤 그라네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 공사 참사관 겸 공관 차석은 “한국은 노르웨이가 전자증명서 송수신을 적용한 첫 국가”라며 “한국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파트너와 같다. 앞으로 더 강력한 협업이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수산업계는 지속가능성·안전성·추적가능성 세 가지를 내세웠다. 그라네 공관 차석은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단백질 생산자로 꼽힌다”며 “노르웨이 수산업계는 맛, 안전, 환경 면에서 타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체 ‘모위(Mowi)’를 비롯해 ‘그레이그시푸드(Greig Seafood)’, ‘리로이(Lerøy Seafood)’ 등이 지난 2021년과 2022년 콜러 페어 이니셔티브(Coller Fair Initiative)가 선정한 지속가능한 단백질 생산자 상위권을 차지했다.

노르웨이에서는 자연주기를 따라 연어를 양식한다. 1kg 연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사료량은 약 1.15kg으로, 사료의 70%는 식물성 원료로 생산된다. 지난 2021년에는 항생제 사용을 99.7%까지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 레드킹크랩 [사진=이희승 기자]
노르웨이 레드킹크랩은 살아있는 상태로 전 세계에 배송된다. 노르웨이 최대 수산물 항공운송 기업인 에어 카고 로지스틱스에서는 킹크랩 신선도와 맛을 보존하고자 약 5년 전 킹크랩 호텔을 오슬로 공항 근처에 만들었다. 

래너스 매니저는 “킹크랩 호텔의 수질과 산소량 등은 킹크랩 서식 환경에 맞춰 설정돼 있다. 킹크랩이 거기서 쉬고 컨디션을 회복하면 비행기를 태워 산 채로 배송한다"며 “킹크랩의 신선도와 맛이 더 잘 보존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양을 운송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시장은 다른 국가보다 항공 운송 면에서 안정적이다. 러·우 전쟁으로 항공로가 바뀌면서 연료 소비량이 15% 늘었지만 여전히 아시아로 수출되는 화물용량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사용을 비롯해 향후 수소비행기·전기비행기를 도입하는 등 항공운송 산업에서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노르웨이 수산물과 한국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해 전자상거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호종 팀장에 따르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높은 성장률을 보이다가 엔데믹 전환 이후 외식이 늘면서 주춤했다. 특히 올해 이커머스 내 수산물 구매율은 △쿠팡 4% △네이버쇼핑 6.5% △컬리 5.5% △이마트·SSG 닷컴 3.5% 등으로 집계됐다. 매장별 가공식품 구매율이 50%를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이커머스 수산물 구매 만족도도 각각 △쿠팡 3% △네이버쇼핑 6% △컬리 5.5% △이마트·SSG 닷컴 3.5% 등에 그쳤다.

이 팀장은 “수산물은 이커머스 내에서 가공식품과 다른 신선식품보다 점유율이 낮다. 반대로 보면 성장 잠재력이 있는 셈”이라며 SSG 전략으로 △온라인 매장에서도 제품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이미지를 제공하는 퍼셉션 마케팅(perception marketing) △제품이 신선하지 않으면 100% 환불해 주는 신선보장제 △친환경 신선식품 △못난이 농수산물·벌크상품 등 알뜰소비 겨냥 제품 등을 소개했다.

또 그는 노르웨이 수산업계 측에 협업 강화를 제안했다. 이 팀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식품 안전에 대해 관심이 커졌다. 연 2회 진행하던 청정수산물 온라인 홍보를 분기별 1회로 확대해야 한다”며 “해양수산부와 노르웨이해역 방사능 검사 수치를 주기적으로 측정·공유하고 상품 소구점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연어와 고등어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노르웨이 수산물의 약 98%를 차지하는바, 북쪽분홍새우·장문볼락·횟감용 광어(헐리벗)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하자”며 “현지에서 생산돼 수입과 통관이 어렵지만 신선도와 품질이 보장된 연어 포션·순살 필렛·자반 등을 적극 개발하고 온라인에서 시범 판매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제언했다.

폴 차이 고문에 따르면 실제 국내에서 소비되는 연어의 87%(2022년 기준)가 대서양 연어로, 필렛 형태 제품은 전체 수입량의 32%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국내 생연어 소비 경로 중 소매점·이커머스를 포함한 가정 내 소비율도 45%에 달한다.

한편 위원회는 오는 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3 부산국제수산엑스포’에 참가했다. 행사에는 연어 수출 업체 △모위 △세르막(Cermaq) △호프세트(Hofseth), △ 노르스크쇼맛(Norsk Sjømat), △세킹스타드(Sekkingstad), △씨본(Seaborn), △그리익 시푸드(Grieg Seafood), △베르겐 시푸드(Bergen Seafood)와 냉수성 새우 공급업체 △콜드워터 프론스 오브 노르웨이(Coldwater Prawns of Norway) 등이 참여해 국내 유통 업체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