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韓·사우디 경제협력 소식에 바빠지는 현대家 3세 '정기선·정의선'

장은주 기자 2023-10-23 18:11:08
尹, 중동 대표 협력사례로 HD현대 꼽아 현대차·기아, 생산 늘리고 전동화 속도↑
정기선 HD현대 사장(왼쪽)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경제협력 기회가 더욱 확대된 가운데 국내 기업 중 사우디와 가장 큰 네트워크를 보유한 HD현대와 현대자동차그룹의 현지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현대가(家) 3세인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중동·아시아 시장 선점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주는 등 각 산업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

2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2017년 당시 기획실 총괄부문장이었던 정 사장의 주도 하에 사우디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 국영 해운사 바흐리 등과 합작사 'IMI'를 설립하고, 현지 조선소를 짓기로 합의했다.

정 사장이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합작조선소 설립을 설득한 결과 합작조선소는 국가 발전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사업으로 선정됐고, 이에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예정 부지인 라스 알 헤어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내년 완공 예정인 IMI는 축구장 700개 규모의 500만㎡(약 150만평) 부지에 총 3개 독(건조공간)과 4기의 골리앗크레인, 7개 안벽을 갖췄다. 이 조선소에서는 연간 40척 이상의 선박 건조가 가능하다.

또 IMI 옆 부지에서는 HD현대가 아람코, 사우디 투자공사 두수르와 공동 투자한 선박엔진 합작사 '마킨'의 공장이 설립 중이다. 이 공장에서는 오는 2025년부터 HD현대가 원천 기술을 보유한 중형엔진 '힘센엔진'을 생산한다.

HD현대는 사우디 정부가 원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마련한 산업 발전 계획인 '비전 2030'에 따라 친환경 연료인 수소와 암모니아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21년에는 정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바 있다. 두 기업은 MOU를 통해 수소, 암모니아를 활용한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고 공동 연구개발모델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HD현대의 에너지 자회사인 HD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와 탄소중립 공정 실현을 위해 협력한다.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초 액화석유가스(LPG)·이산화탄소(CO2) 겸용선 개발도 본격 나설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도 중동 시장 공략을 위해 중동 핵심 시장으로 꼽히는 사우디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판매량 3위 현대차그룹의 점유율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중동의 자동차 산업 수요는 2030년께 300만대 이상일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중동 차량 산업 수요는 지난 2020년 173만대에서 지난해 32.4% 증가한 229만대를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중동 수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계의 올해 1~8월 중동 지역 자동차 수출 규모는 총 15만771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만4745대) 대비 17% 늘었다.

실제로 올해 1~6월까지 집계된 현대자동차의 판매량은 18만2934대, 기아는 14만1505대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상반기 사우디 자동차 점유율 각각 2위(현대차)와 4위(기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2027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올해(6종) 대비 두 배 이상 늘려 중동 판매 차량 전체 라인업 중 3분의1을 전기차로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2년에는 중동 전체 판매 물량 중 전기차 판매 비중을 15% 이상 끌어올리게 된다. 기아도 현재 4종인 전기차 모델 숫자를 향후 11종까지 늘려 2030년 중동 전체 판매량에서 전기차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전기차 브랜드인 'EV' 전용 마케팅·쇼룸을 확충하며 서비스 인프라도 구축한다.

또 현대차는 픽업 트럭, 소형 다목적차량(MPV) 등 기존에 운영하지 않았던 차급을 판매하고 기아는 중동 고객 선호도를 고려한 전략형 모델을 개발해 볼륨(대량판매) 모델로 육성하는 등 신규·전략 차종을 운영할 계획이다.

공략 거점인 사우디에서는 차량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달 내에 사우디 내 자동차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MOU를 맺을 전망이다. 지난 1월 사우디 정부와 자동차 생산 증진을 위한 협약을 맺고 반조립(CKD)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을 구체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