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2025년부터 '숙취해소' 표기 못 쓴다?…효능 입증 관건

김아령 기자 2023-08-29 06:00:00
삼양사 음료 제형 숙취해소제 '상쾌환 부스터' [사진=삼양사]

[이코노믹데일리] 오는 2025년부터 숙취해소제를 판매하려는 제조사들은 숙취해소 기능을 표기하기 위한 과학적 자료를 입증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0년 숙취해소란 표현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혼동할 여지가 있다며 관련 규정을 제정했고, 2024년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일부 기업들은 인체적용시험에 돌입했거나 준비 중이다. 내년까지 과학적 근거를 증명하지 못한 업체들은 2025년 1월부터 숙취해소제란 표현을 쓰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제약업계에서는 국내로 유통되는 해외 제품까지 포함하면 약 50여개의 숙취해소제 제품이 시판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선두를 달리는 HK이노엔과 삼양사는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충분하고 동아제약이나 한독 등 제약사들은 인체적용시험 등을 시행하기 유리하다. 반면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운 업체들은 시험을 포기하거나 숙취해소 문구를 제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의 구체적인 숙취해소 능력 증명 요구에 따라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오는 2025년부터 인체적용시험 또는 그 결과에 대한 정성적 문헌고찰을 갖춰야만 기능성을 표시·광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인체적용시험은 해당 식품이 특정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사람을 대상으로 증명하는 시험이다.

현재 숙취해소 제품들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으로 분류돼 별도의 과학적 자료 입증 없이도 그 기능성을 표시·광고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숙취해소제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식약처는 숙취해소제를 단순한 일반식품이 아닌 ‘기능성표시 일반식품’으로 분류해 소비자의 혼동을 막고 품질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식약처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밝힌 숙취해소 능력 평가 지표는 혈중알코올농도와 혈중아세트알데히드농도, 숙취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설문지 등이다.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시험만큼 엄격하진 않지만 상당 시간이 소요되고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판 중인 대부분의 숙취해소제 광고는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다. 단순히 숙취해소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거나, 함유한 성분의 숙취해소 효능을 논문 연구 문헌을 통해 강조하는 정도다.

HK이노엔을 비롯해 시장점유율 상위권 업체들은 인체적용시험이 필수가 아니던 시절에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숙취해소 효과를 검증하는 시험을 수행하곤 했기에 제도 시행이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

반면 시간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거나 그간 플라시보 효과에 기대 효능 개발에 소홀했던 영세업체들엔 치명타일 수 있다.

아울러 식약처는 숙취해소제를 정제나 캡슐과 같은 형태로 만들지 못하게 제형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어서 일부 기업은 제품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숙취해소제 역시 다른 기능성표시 일반식품들처럼 캡슐이나 정제로 만들지 못하게 할지, 예외 조항으로 규정을 개정해서 진행할지를 두고 다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