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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곡동은 '절세', 청담동은 '공격투자'…자산관리도 남다른 강남스타일

박이삭 기자 2023-08-25 05:00:00
장종식 KB증권 PB "지금이야말로 채권 시대" KB WM규모, 2017년 12조→올해 50조원 껑충 같은 강남이라도 투자 임팩트는 동네별 상이
장종식 KB증권 청담스타PB센터 부센터장 [사진=박이삭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300%.

2017년 KB증권 통합법인 출범 이래 WM(자산관리) 규모 성장률이다. 최근 7년간 KB증권은 시장 환경에 맞춤화한 상품 제시를 목표로 'WM 혁신'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그 결과 KB증권 WM 규모는 2017년 12조6000억원에서 25일 현재 50조3000억여원으로 4배가량 급성장했다.

이 같은 기록적인 성장률은 초부유층 전담 관리 조직인 'GWS(GOLD&WISE SUMMIT)'본부 신설에서 비롯됐다. 고객이 쌓아 올린 부(GOLD)를 지혜롭게(WISE) 관리함으로써 자산관리의 최고(SUMMIT)를 지향한다는 전략이 제대로 적중한 것이다.
 
현재 KB증권은 GWS본부 아래 청담·도곡·역삼·명동 등 4개 스타PB센터를 두고 있다. 지난 21일 청담스타PB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난 장종식(46) 부센터장은 도곡센터에서 6년간 근무한 뒤 올해 1월 청담센터에 자리를 잡았다.
 
장 부센터장은 "사회초년생들은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에서 대부분 정보를 얻곤 하지만 부유층들은 수십억원 단위로 투자를 집행한다"며 진짜 큰 돈을 거는 이들은 프라이빗 뱅커(PB)와 심도 있게 의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런 자산가로 즐비한 강남도 동네별로 투자성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청담·도곡·역삼…'거주지 특성' 따라 투심 제각각

청담스타PB센터가 위치한 청담동은 많은 유명 연예인이 생활하는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연예 기획사가 밀집해 있는 데다 젊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곳이기도 하다.

장 부센터장은 "청담센터에는 주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30~40대 부유층이 많은 만큼 공격적인 투자에 관심이 쏠린다"며 상대적으로 젊은 부자들은 앞으로 벌어들일 추가 수익을 노리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인 대치동 역시 미성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많다며 실질적으로 공격 투자 성향이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치삼성래미안아파트와 래미안대치팰리스 1·2단지 아파트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높은 교육열의 젊은 자산가가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타워팰리스를 위시한 도곡동에서는 중노년층 고객 비중이 높아 '절세'에 특화한 상품을 주로 추천해 왔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자산이 형성돼 있는 계층이어서 손실을 방어하는 경향을 나타내서다.
 
장 부센터장은 회사원들이 밀집한 역삼동(테헤란로)의 경우, 개인 고객보다는 법인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으며 그 가운데 대형 법인의 임원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런 흐름이 대체적인 경향일 뿐이라며, 동부센트레빌아파트 쪽으로 가면 의외로 젊은 고객층을 많이 만난다고 말했다. 타워팰리스와 마찬가지로 도곡역과 인접해 있으나 학군 성향이 대치동과 더 밀접한 배경에서다.
 
그는 "(본인이) 도곡동에 있다가 청담동으로 왔다고 해서 그분(기존 도곡동 고객)들이 청담동으로 아예 안 오는 건 아니"라며 현재 청담센터 고객 가운데 도곡동에서 모셔온 고객들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지역 특색도 중요하지만 PB 기반의 영업망도 고객 유치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KB증권 청담스타PB센터 [사진=박이삭 기자]
◆지금은 '저쿠폰국채' 시대…브라질 국채 관심↑

장 부센터장은 센터를 찾는 누구에게나 '지금은 채권의 시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고점을 찍은 뒤 하향 추세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시장 금리가 쉽게 꺾이지 않으리라는 분석에서다.

그는 시장 금리가 박스권 안에서 변동성을 나타내는 가운데 "그 테두리 안에서 저쿠폰국채 매수를 추천한다"며 기존에 (저쿠폰국채를) 매입한 고객에게 추가 매수를 권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저쿠폰 국채란 '표면금리', 즉 채권 만기 시 지급하기로 정한 금리가 낮은 국채를 말한다. 이율이 낮아 금리 상승 시대에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보이나, 만기까지 보유하면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채권 가격은 시장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까닭에 고금리 추세에 싸게 매수할 수도 있다.

아울러 세금 부담을 낮추는 절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채권에 투자하면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저쿠폰국채는 표면 금리가 낮아 이자수익 비중도 적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만기 1년 △액면가 1만원 △표면금리 연 6% 채권을 9800원에 매수할 경우, 표면금리 6%에 과세가 적용돼 이자수익 600원의 15.4%인 92원이 세금으로 부과된다. 이때 매매차익 200원은 비과세 처리된다. 결과적으로 9800원을 투자해 708원(508+200원) 수익을 얻어 세후 연 7.08% 금리를 얻는 셈이다.
 
장 부센터장은 "많은 자산가가 알고 있듯 작년부터 현재까지 메가히트 상품은 저쿠폰국채"라며 "우리나라 채권의 경우 1%대 저쿠폰(금리) 상품이 판매된다면 미국 국채는 1% (금리) 이하 상품들이 꽤 있다. 심지어 1%가 안 되는 0.8%대 상품도 있다"고 했다.

그는 "엔저(엔화 가치 하락) 현상으로 이득을 보는 파생상품과 함께 비과세가 적용되는 브라질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브라질 정부에서 발행하는 브라질 국채는 이자수익·환차익·매매차익 모두 비과세인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투자금 제한도 없는 데다 중남미 최대 경제 대국이라 디폴트 우려도 없어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는 최근 테마주 열풍 중심에 선 2차전지 종목에 대해서는 "10억원 이상 매수하면 대주주 지위에 오르는 만큼 절세 전략을 세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장 부센터장은 이에 대응하려는 고객에게 단일 종목 매수보다 상장지수펀드(ETF)로 간접투자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