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직접 들었습니다] 서현역 금융가 초긴장…"근처도 못 가요" 고객 발길 '뚝'

지다혜·신병근 기자 2023-08-07 05:00:00
흉기난동 여파…주변 금융사 직원도 충격 호소 청원경찰外 보안시스템 강화…특별 매뉴얼까지 시민들 패닉 "우리 동네서 어떻게 이런 일이"
지난 4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 한 은행 지점 앞 길거리. 하루 전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 여파로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지다혜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진 지 하루가 지난 4일, 사건 여파는 금융 중심가로도 확연히 미치고 있었다. 초긴장 분위기에 휩싸인 사건 발생지 인근 대다수 금융기관의 고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다. 평소 밀려드는 고객들로 북적여야 할 은행 영업점들은 평소와 대조적으로 한산했다.

서현역 곳곳에는 경찰 병력과 보안요원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 태세를 이뤘고, 이곳에 거주하는 시민들과 상업시설 및 금융사 직원들은 극한 공포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특히 사건이 일어난 서현역과 백화점 등에는 "고객 및 직원의 안전을 위해 영업준비 중"이라는 문구를 게시했고 각종 매대에는 검은색 천을 덮어 임시 휴업임을 알리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오고 간다는 서현역 인근에 소재한 은행 등 금융기관에도 이날 방문객은 두 자릿수에 불과했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 점심시간에 맞춰 나온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다니고 있었다. 이들 대화 주제는 "그래도 사망자는 없어서 다행이다", "계속 이런 일이 벌어져 무섭다" 등의 내용이었다. 모두 지난 3일 발생한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통신 회사에 다니는 박모(29)씨는 "직장이 이 근처라 (사건이 발생했던) 백화점 안에 있는 바로 앞 은행 에이티엠(ATM) 기기나 주변 지점을 찾고는 했지만 당분간은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면서 "지금도 점심시간이라 잠시 포장하러 나왔는데 빠르게 사무실로 복귀하려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현동에서 20여 년간 거주 중이라는 송모(23·여)씨는 "주변에 아파트와 학교가 많아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터라 사건을 접하고 많이 놀랐다"며 "은행은 물론이고 당장 예약되어 있던 병원 진료도 취소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 동네에서 어렸을 때부터,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모두 다 나오고 오래 살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며 탄식했다.

수도권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서현동에는 주요 금융그룹 지역센터를 비롯해 지점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번 사건 이후 직접 영업점을 찾는 고객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고객뿐만 아니라 이곳에 종사하는 근무자들 역시 패닉에 빠져 정신적 고통을 토로하고 있었다.

서현역 인근 모 시중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오모(24·여)씨는 "사건이 회사 코 앞에서 벌어지니 출퇴근 길이 너무 두렵다"며 "은행을 찾는 고객들도 평소보다 확실히 적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하철역에서 바로 올라오면 우리 지점인데, 너무 무서워서 평소 다니는 길이 아닌 곳으로 우회해서 가고 있다"며 "이어폰도 끼지 않고 주변 상황을 계속 보면서 걷고 있는데 일반 사람들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지경"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저축은행 종사자 강모(31)씨는 "사건 당시 옆 건물에 있었는데 갑자기 비명이 들려 나와보니 사람들이 다급하게 대피하고 있었다"며 "피해자 중 고객이 있었을 수도 있는데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내용에 대해 듣고 난 뒤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내 주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싶어 두려웠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플라자 주변에 경찰 병력이 순찰 중이다. [사진=지다혜 기자]
이런 가운데 주요 금융그룹과 계열사, 기타 금융사는 흉기 난동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안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지점별 특이사항 동향을 실시간 파악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런 일이 언제 어느 때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점인데, 일개 영업점에도 괴한이 들이닥칠 수 있기 때문에 청원경찰 등 보안 인력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며 "사각지대 폐쇄회로(CCTV) 점검 등 평소보다 더욱 강화된 특별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서현역 사건 피해자 중 60대 한 여성이 뇌사 상태에서 결국 사망한 소식이 전해지자 공포감은 배가 되고 시민들의 애통함과 분노마저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2주 만에 또다시 강력 범죄가 발생했고, 무엇보다 '살인 예고' 글을 띄워 시민들에게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6일 정오 기준 온라인상 살인 예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경찰에 따르면 하루 만에 모두 28명의 협박 글 작성자가 검거됐다. 전국에서 모두 46명의 살인 예고 글 작성자가 붙잡혔다. 전날 낮 12시 기준 18명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