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쿠팡·CJ제일제당 '햇반 전쟁'…기싸움 넘은 '연대 전면전'으로

김아령 기자 2023-07-25 06:00:00
CJ제일제당의 즉석밥 브랜드 '햇반' 제품 모습 [사진=CJ제일제당]

[이코노믹데일리] 즉석밥의 납품단가와 마진율 등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쿠팡과 CJ제일제당의 이른바 ‘햇반 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 유통사와 제조사 간 단순 가격 결정 주도권 갈등으로 비춰졌으나 양측의 협상이 해를 넘기면서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는 모습이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여전히 협상을 지속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업계는 두 기업 간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즉석밥 시장에서 각자만의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 ‘쿠팡연합군 vs 反쿠팡연대’ 늘리며 세력 싸움 확산
 
쿠팡과 CJ제일제당의 대립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당시 쿠팡은 CJ제일제당의 납품가 인상 요구를 거부했고 CJ제일제당의 대표제품인 햇반, 비비고 등 제품 발주를 중단했다. CJ제일제당은 원재료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쿠팡의 납품가가 적정하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뒤 현재까지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쿠팡은 재계약에 앞서 CJ제일제당이 발주 약속 물량을 납품하지 않아 내린 조치라고 주장했다.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인 현재까지도 쿠팡 로켓배송을 통해 CJ제일제당의 햇반 등 대표 제품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9개월이 지나도록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면서 업계는 두 기업의 협상이 길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쿠팡은 지난 6월 11일 ‘대기업 그늘에 가려진 中企 쿠팡서 빛 본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CJ제일제당을 향한 공개 저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자료 명목은 중소·중견기업의 즉석밥 등 식품 카테고리 판매 성장을 알리고, 공정한 온라인 매대를 조성했다고 평가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자료에서 쿠팡은 “국내 식품시장에서 수십년간 독점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의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며 “쿠팡의 고객들은 전보다 더 나은 쇼핑환경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업체명을 적시하지 않았을 뿐, 업계에선 사실상 쿠팡이 CJ제일제당의 영향력을 낮춰 보는 입장을 공개 제기한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CJ제일제당 햇반은 온·오프라인 즉석밥 시장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두 기업은 상호 이익이 맞는 업체, 채널 등과 손잡으면서 우군을 늘리는 전략으로 방향을 우회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CJ제일제당은 쿠팡에 대한 공개적인 대응은 자제하면서도, 쿠팡을 경계하는 유통업 내 채널들과의 접점을 강화해 가는 모양새다. 네이버에서 연합 할인전을 전개하거나 티몬과 함께 온·오프라인 푸드마켓 팝업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도 연대 행보 일환으로 거론된다.
 
지난달에는 신세계그룹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출범 계기에 이마트·SSG닷컴·G마켓과의 파트너십을 알리기도 했다. CJ제일제당과 신세계 유통 3사는 주요 가정간편식(HMR) 제품인 만두, 국물요리, 밀키트와 ESG 카테고리인 비건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 4분기 내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와 가공식품, HMR 등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등 탈쿠팡 전선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마켓컬리와 ‘햇반-골든퀸쌀밥’을 컬리 전용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이 쿠팡을 겨냥한 전방위 공세에 나서자 쿠팡 역시 중소·중견기업과의 동반 성장과 고객 만족 측면을 부각시키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에서 제품력 대비 낮은 가격을 자랑하는 중소기업 제품을 밀며 실리와 명분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올해 1~5월의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이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고 100배 이상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하림 즉석밥을 100원에 판매해 행사 시작 10여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햇반의 경쟁사인 오뚜기, 동원, PB상품 등의 즉석밥 할인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두 기업 간 대립이 장기화 될수록 서로에게 결국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입장에서는 국내 대형 온라인플랫폼인 쿠팡을 놓치게 되면 안정적인 매출처를 잃게 될 수 있다.
 
실제 쿠팡 발주 중단 이후 CJ제일제당의 올해 1분기 가공식품 매출액은 86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00억원)과 비교해 4.6% 감소했다. 이 중 온라인 매출 비중은 13%(약 1128억원)다.
 
쿠팡 역시 국내 식품업계 선두인 CJ제일제당 상품 구매 문턱이 높아져 충성고객 확보에 애를 먹을 수 있다. 당분간 쿠팡과 CJ제일제당 간 힘겨루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체 간 이해관계에 따른 합종연횡이 향후 이커머스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컬리와 CJ제일제당이 협업해 내놓은 '햇반-골든퀸쌀밥' 상품 모습 [사진=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