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은 퀄컴·구글, SK하이닉스는 애플…글로벌 'XR 동맹' 판 커진다

고은서 기자 2023-07-11 17:04:50
SK하이닉스, 비전프로에 응용 D랩 탑재 예정 2월 언팩 행사서 퀄컴·구글 협업 발표한 삼성 경쟁력 강화·시장 선점…각양각색 동맹 선봬
애플이 지난달 본사가 있는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공개한 MR 헤드셋 '비전 프로' 모습[사진=AP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SK하이닉스가 애플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에 맞춤형 D램을 탑재한다. 삼성전자도 내년 중 출시할 차세대 확장현실(XR) 기기 개발에 퀄컴, 구글이 함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XR 시대를 대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동맹'을 맺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애플이 연내 출시를 예고한 차세대 XR 기기 비전프로에 특수 D램을 공급할 방침이다. 특수 D램은 비전프로를 위해 자체 개발된 것으로 애플이 비전프로용으로 개발한 'R1' 칩과 연동된다. 

R1 칩은 카메라 12개, 센서 5개, 마이크 6개가 입력한 정보를 처리하는 고성능 시스템반도체다. 머리에 착용하는 공간형 컴퓨터인 비전프로는 R1 칩을 통해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콘텐츠를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앞서 애플은 지난 6월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비전프로를 처음 공개하고 내년 초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증권가에 따르면 애플은 비전프로 개발 단계에서부터 SK하이닉스 1기가바이트(Gb) D램 대역폭을 변경해 R1 칩에 내장하는 등 양사가 초기부터 협력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와 관련해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애플과 이른바 'XR 연합'을 결성한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퀄컴·구글과 손을 맞잡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구글, 퀄컴과 협력해 차세대 XR 폼팩터를 개발해 모바일 미래를 다시 한번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구체적인 협업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각 기업이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이 XR 폼팩터 개발을 주도하고 여기에 퀄컴의 칩셋과 구글의 운영체제(OS)가 탑재되는 방식으로 협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이러한 협업 제안이 애플을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됐다. 삼성은 지난 2014년 스마트폰 접속형 VR 헤드셋 '기어 VR'을 발표했지만 2018년 이후 5년 동안 XR 산업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자체 생태계를 갖춘 애플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선제적으로 XR 시장을 주도하려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도 삼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애플이 이끄는 XR 산업에 올라탔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이 시장을 의식했다는 평가다. 이번 단독 공급으로 SK하이닉스가 D램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든 탓에 XR 시장은 거센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XR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 509억 달러(약 66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앞으로도 삼성·퀄컴·구글 3각 동맹과 애플·SK하이닉스 2각 동맹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