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초여름 문턱, 새 보금자리를 얻게 된 나는 본래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했다. 계약서대로라면 전세 계약 종료일인 일요일에 보증금을 받아야 했으나 고령의 집주인은 바로 다음 날인 월요일에 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거절했다. 깡통전세로 온 나라가 뒤숭숭해 불안하기도 했거니와, 휴일에 보증금을 돌려받고 당일 이사를 다 마쳐야 월요일에 늦지 않게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요일 아침, 집주인은 내 은행 계좌로 보증금을 이체하겠다며 젊은 세입자 한 분과 함께 왔다. 그분으로 하여금 모바일뱅킹으로 전세금을 반환하기 위해서였다. 그 점이 바로 집주인이 전세 잔금일을 평일인 월요일로 제안한 까닭이었다.
지난 6일 MG새마을금고 각 지점에 몰린 중·노년층 고객 모습은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새마을금고가 머지 않아 쓰러질 거란 보도가 쏟아지자 예적금을 인출하러 직접 금고로 달려간 것이다. 불과 네 달 전, 지구 반대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스마트폰에 기반한 '광속' 뱅크런으로 초(超)단시간에 파산했던 전례를 반추하면 '낯익으면서도 낯선' 광경이었다.
이번 새마을금고 사례는 오프라인 점포의 존재 이유를 드러냈다. 대다수 금융사가 디지털 전환·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점포 수를 줄이고 있으나, 여전히 잘 만든 애플리케이션보다 창구 직원을 필요로 하는 금융 취약계층이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중·노년층의 온라인뱅킹 이용이 정착 중이라고 주장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2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대와 70대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각각 53.5%, 20.6%였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3배가량 이용률이 늘었다고 과기정통부는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단순 이용률을 수치화한 '착시 현상'에 가깝다. 지난해 통계청 계간지 통계플러스에 따르면 '지점 방문으로만'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년층은 조사 응답자 중 70%였다. 온라인으로만 거래하는 '디지털 노년층'은 고작 8%였다.
반면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뱅킹에 능할 뿐 아니라 금융사 건전성까지 손쉽게 체크한다.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자신이 거래하는 새마을금고 부실 상태를 살펴보는 방법이 올라와 있다. 새마을금고 홈페이지에 접속해 '전자공시' 버튼을 클릭하면 자신이 가입한 새마을금고의 경영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애타는 표정으로 줄을 선 어르신들이 이런 루트를 알았을까. 알더라도 쉽사리 접근할 수 있었을까. 그 정도의 정보력을 지녔다면 스마트폰뱅킹쯤은 식은 죽 먹기였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모바일 계좌이체마저 벅찬 어르신들은 치밀어 오르는 불안을 견디지 못해 부리나케 점포를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조차 은행 지점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게 까마득한데, 무작정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지 말라고 강요할 순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노년층이 당장 디지털 금융에 능숙해지는 것도 요원한 일이다. 이번 현상은 그 같은 딜레마의 축소판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점포 폐쇄 이전과 유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당국 주문을 혁신적으로 발휘할 기회이기도 하다.
한참을 고민하다 거절했다. 깡통전세로 온 나라가 뒤숭숭해 불안하기도 했거니와, 휴일에 보증금을 돌려받고 당일 이사를 다 마쳐야 월요일에 늦지 않게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요일 아침, 집주인은 내 은행 계좌로 보증금을 이체하겠다며 젊은 세입자 한 분과 함께 왔다. 그분으로 하여금 모바일뱅킹으로 전세금을 반환하기 위해서였다. 그 점이 바로 집주인이 전세 잔금일을 평일인 월요일로 제안한 까닭이었다.
지난 6일 MG새마을금고 각 지점에 몰린 중·노년층 고객 모습은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켰다. 새마을금고가 머지 않아 쓰러질 거란 보도가 쏟아지자 예적금을 인출하러 직접 금고로 달려간 것이다. 불과 네 달 전, 지구 반대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스마트폰에 기반한 '광속' 뱅크런으로 초(超)단시간에 파산했던 전례를 반추하면 '낯익으면서도 낯선' 광경이었다.
이번 새마을금고 사례는 오프라인 점포의 존재 이유를 드러냈다. 대다수 금융사가 디지털 전환·경영 효율화를 명분으로 점포 수를 줄이고 있으나, 여전히 잘 만든 애플리케이션보다 창구 직원을 필요로 하는 금융 취약계층이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중·노년층의 온라인뱅킹 이용이 정착 중이라고 주장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2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대와 70대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각각 53.5%, 20.6%였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3배가량 이용률이 늘었다고 과기정통부는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단순 이용률을 수치화한 '착시 현상'에 가깝다. 지난해 통계청 계간지 통계플러스에 따르면 '지점 방문으로만'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년층은 조사 응답자 중 70%였다. 온라인으로만 거래하는 '디지털 노년층'은 고작 8%였다.
반면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스마트폰뱅킹에 능할 뿐 아니라 금융사 건전성까지 손쉽게 체크한다.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자신이 거래하는 새마을금고 부실 상태를 살펴보는 방법이 올라와 있다. 새마을금고 홈페이지에 접속해 '전자공시' 버튼을 클릭하면 자신이 가입한 새마을금고의 경영지표를 확인할 수 있다.
애타는 표정으로 줄을 선 어르신들이 이런 루트를 알았을까. 알더라도 쉽사리 접근할 수 있었을까. 그 정도의 정보력을 지녔다면 스마트폰뱅킹쯤은 식은 죽 먹기였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모바일 계좌이체마저 벅찬 어르신들은 치밀어 오르는 불안을 견디지 못해 부리나케 점포를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조차 은행 지점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게 까마득한데, 무작정 오프라인 지점을 줄이지 말라고 강요할 순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노년층이 당장 디지털 금융에 능숙해지는 것도 요원한 일이다. 이번 현상은 그 같은 딜레마의 축소판으로 보인다. "금융권은 점포 폐쇄 이전과 유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당국 주문을 혁신적으로 발휘할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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