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현대자동차와 기아 소형·준중형 차종에 널리 쓰인 듀얼클러치 변속기(DCT)가 최근 출시된 차량에서 빠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DCT는 동력 전달 효율이 뛰어나고 변속이 빨라 1.6리터(L) 가솔린 터보 또는 같은 배기량의 디젤 엔진과 궁합을 맞춰 왔는데 차량 가격표에서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다.
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월 출시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의 2세대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코나' 1.6L 가솔린 터보에 7단 DCT가 아닌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 나온 기아 소형 SUV 셀토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에도 이같은 변화가 있었다.
내년 1분기 출시가 유력한 현대차 준중형 SUV 투싼 부분변경 1.6 가솔린 터보 모델에도 이전까지 들어간 7단 DCT가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DCT가 적용되는 차량은 소형·준중형급 하이브리드차(6단)와 아반떼 N라인(7단), 아반떼 N과 쏘나타 디 엣지 N라인 2.5L 가솔린 터보(습식 8단) 등 고성능차에 한정되는 추세다.
현대차·기아가 주력 차종·트림(세부모델)에서 DCT를 자동변속기로 대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도로 여건과 운전자 성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DCT는 구조가 수동변속기와 거의 같은데 클러치 액추에이터라는 전자 부품이 사람의 손과 발 대신 변속을 해주는 점이 다르다. 변속기는 엔진에서 발생한 회전력을 주행 속도에 맞춰 바퀴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수동변속기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클러치 페달을 밟아 동력을 차단, 원하는 단수로 변속 후 클러치 페달에서 발을 떼 동력을 다시 연결해주는 순서로 조작한다. 이 복잡한 과정을 전자식 시스템이 대신 해주는 게 DCT다.
DCT는 동력 손실이 적어 연료를 더 적게 쓰고 클러치 2개(홀수단과 짝수단)가 상황에 맞게 움직여 변속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차량을 가속할 때 1단으로 출발하면 2단 기어가 미리 맞물려 대기하다 클러치만 붙여주는 식이다. 동력이 곧바로 연결 또는 차단되는 '직결감'이 우수해 흔히 이야기하는 '다이내믹한' 주행 질감을 선사하는 점도 선호 요인이다.
그러나 특유의 변속 충격 때문에 주행 중 울컥거림을 느끼거나 클러치에서 발생한 마찰열로 변속기가 과열돼 운행이 불가능할 수 있다. 실제 보배드림을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나 차종별 동호회를 중심으로 "계기반에 변속기 과열 메시지가 떠 갓길에 차를 세워 열을 식힌 뒤 출발해야 했다"는 게시물이 적지 않다.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DCT는 수동변속기와 마찬가지로 매우 낮은 속도에서 엔진 회전수가 떨어져 시동이 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클러치를 완전히 붙이지 않은 '반클러치' 상태가 된다. 이때 계속해서 열과 함께 클러치 마모가 발생하고 심각하게는 부품이 타버린다.
한 자동차 정비업체 관계자는 "DCT는 수동변속기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가 다루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정체가 잦고 저속으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이 많은 국내 도로에서는 고장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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