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대박에 주가 고평가…실속은 없었다
배터리 시장 성장세에 올라탄 에코프로그룹은 설비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발생한 판가 인상효과 덕분에 낸 1분기(1~3월) 호실적에 이어 2분기(4~6월)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 매출 5조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에코프로는 1분기에 전년(2022년) 동기 대비 각각 203%, 238% 증가한 매출 2조644억원, 영업이익 1824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49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1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에코프로 주요 자회사 중 하나로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도 지난해 매출 2조110억원, 영업이익 1073원이라는 호조를 보였다.
매출과 순이익이 갑작스레 급증하게 되자 에코프로 주가를 과대평가하는 리포트가 쏟아져 나왔다. 정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양극재 업체 중 안정적인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현 주가 수준은 2027년 이후의 미래 성장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 500% 이상을 기록한 에코프로는 '과열 주가'라는 이유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편입도 불발됐다. 엎친 데 덮친 격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된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오너리스크'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에코프로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빠지게 됐다.
◆신용등급 이외 '안정' 없어…'부채비율·차입금 증가·잉여현금' 관건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가 최근 에코프로 첫 기업신용등급(ICR) 평가에서 A-(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계열사 간 사업 유사성과 전략적 통합도, 우수한 시장 점유율 등을 높이 평가했다. 기업 신용등급이 높다는 것은 회사채 발행이 보다 쉽고 이자 등 금융 비용도 낮아져 재무건전성이 확보됐다는 이야기다. 즉 회사를 운영해 나갈 기본적인 기초체력은 있다는 의미다.
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생산능력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차입금을 언제까지 사업 수익성으로 메울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모두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 중 차입금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 에코프로는 부채 총계(2933억8500만원) 중 차입금이 1997억5200만원, 에코프로비엠은 부채 총계(1조267억9300만원) 중 차입금이 5785억1500만원에 달한다.
기업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도 날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1분기 기준 에코프로 부채비율은 124.54%, 에코프로비엠 부채비율은 190.8%였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기업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보는 것을 감안하면 건전성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이다.
잉여현금흐름도 걸림돌이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다. 잉여현금흐름이란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유형자산 취득을 뺀 가격으로 만약 마이너스라면 부족한 현금을 회사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코프로는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이 -6965억7800만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만 -4986억3600만원을 기록했다.
◆현금 확보 손 놓았나…기술 없이 공격적 투자 행보만 계속
그럼에도 에코프로는 양극재 시장 성장 전망에 공장 신설·증설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항, 청주 등 국내 곳곳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캐나다에 이어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헝가리에 3827억원을 투입해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유럽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것은 국내 양극재 기업 중 최초다.
문제는 에코프로가 보유한 '킬링 테크(핵심 기술)'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디지털 3.0 속에서 불확실성이 가득한 배터리 사업을 안정적으로 오래 영위하려면 무엇보다도 경쟁력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에코프로는 경쟁사를 따돌릴 만한 양극재 기술이 없다는 평가다.
연구개발(R&D)도 뒤쳐져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1분기 연구개발비로 전년 동기(81억원) 대비 63% 증가한 132억원을 지출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안 보인다. 에코프로가 충북 청주시에 짓기로 한 대규모 R&D 캠퍼스 착공 시점도 토지 소유주와의 갈등에 계속 지연되는 모양새다.
한편 수조원 단위 설비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현금 확보가 안돼 차입금만 늘어난다면 에코프로가 그 금액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에코프로가 설립 중인 공장은 대부분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증가하는 사업 이익에도 불구하고 남은 1년 6개월여간 자금 관리를 하지 않으면 경쟁사에 비해 재무안정성이 확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임채욱 한기평 연구원은 "매출과 영업현금 창출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본투자와 설비투자가 늘어 차입부담이 증가했다"며 "에코프로그룹 계열사들의 국내외 설비 증설이 예정돼 있어 앞으로도 대규모 투자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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