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4일 이코노믹데일리 창간 5주년 '2023 KEDF' 일곱 번째 주제 발표에서 "디지털 헬스는 라이프 스타일, 웰빙, 건강 관련 목적을 위해 소비자가 참여하는 기술과 플랫폼, 생명과학을 포괄하는 개념"이라며 "이는 대중 치료의 시대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의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KEDF는 서울 여의도 CCMM빌딩 그랜드홀에서 열렸다.
이날 본론에 앞서 박 교수는 의료·건강 분야에서 정보기술(IT)과 디지털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부 관리를 예로 들면 피부 유형이 지성인지 건성인지 진단하는 것은 IT지만 피부가 지성에 가까워지는지, 건성으로 되는지는 디지털"이라며 "0과 1이라는 데이터의 성질을 무시하면 디지털 전환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치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웰니스와 질병 예방을 위한 헬스케어(건강 관리), 그리고 질병을 치료하는 단계인 일니스(illness)로 디지털 헬스를 구분했다. 박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는 일니스 영역에서 디지털 치료제 1개가 허가 났는데 앞으로 디지털 백신, 치료제가 더 많이 나와야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나날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잇따라 헬스케어 제품을 출시한 가운데 오는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9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중에서도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2027년 355조원 규모로 매년 두 자릿수 비율로 커진다고 관측됐다.
국내에서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헬스케어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박 교수는 "미래 헬스케어 핵심은 웨어러블로 국내에서 1500만대 넘는 기기가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데이터 수집이 중요해졌고 개인 의료 데이터는 공공·금융 데이터와 더불어 3대 데이터 산업으로 부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벤처 창업 전문가인 박 교수는 이 점에 착안해 지난해 디지털 자가 문진을 통한 건강 관리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중요 개인 정보인 일간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의사나 전문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맞춤형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게 주된 사업 내용이다. 박 교수는 해외 10억명 이상 회원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박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는 PTx(개인화 치료법)가 상용화되는 것"이라며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자가 문진 등으로 개인 건강을 수시로 체크하고 전문가 주기적으로 조언·치료하는 때가 온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여러 건강 데이터가 모인 다음에는 여러 재밌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 예로 "에어컨을 켜면 사용자의 건강 상태에 맞춘 온·습도로 설정할 수 있게 된다"며 가전과 PTx를 연계한 사례를 소개했다. 또한 "건강 치료 프로그램으로는 당뇨병 약을 처방받으면서 의사와 원격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함께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PTx의 효용성이 부각됐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때 모든 사람에게 같은 용량을 주사했지만 21세기에도 이렇게 하는 건 너무 원시적"이라며 "사람마다 서로 다른 몸 상태에 따라 백신 투여 용량도 달리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가 곧 돈이자 경쟁력인 시대가 오겠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급격한 수명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홈스피털(Home+Hospital)' 인프라가 뒤따라야 한다. 박 교수는 인구 소멸 위험과 함께 의료기관이 소도시나 군 지역을 떠나면서 의료 접근성이 점점 떨어지는데 원격 진료를 통한 의료 사각지대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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