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간 5주년 KEDF] AI의 등장, '디지털 3.0' 시대 생존 전략을 묻다

성상영 기자 2023-06-13 06:00:00
'챗GPT' 후폭풍…경이로움 vs 두려움 공존 생성형 AI, 법·회계·의료 등 전문 영역 위협 2023 KEDF서 디지털 3.0 시대 청사진 제시

이코노믹데일리 창간 5주년 기념 2023 KEDF가 1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CCMM빌딩 그랜드홀에서 개최된다.[사진=이코노믹데일리]


[이코노믹데일리] 미국 인공지능(AI)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는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안겼다. 대화창에 질문을 적으면 기계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고 정확하게 정보를 뱉어내는 모습에 사람들의 반응은 경이로움과 두려움으로 가득찼다. 생성형 AI는 블록체인이나 메타버스 같은 키워드를 단숨에 삼켜 버렸다.

챗GPT 같이 텍스트나 이미지, 영상 등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AI를 생성형 AI라고 한다.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하면 그려주고 30초 분량의 자동차 광고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전문가 여럿이 달라붙어 며칠을 고민해야 나오는 그럴싸한 영상을 보여준다. 몇 가지 사실을 입력하고 기사를 써 달라고 하면 웬만한 기자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스트레이트 기사 한 편을 써낸다. 그중에서도 챗GPT는 축적된 정보에서 질문자가 필요한 부분을 추려내 알맞은 답을 내놓는 대화형 AI 서비스다.

오픈AI가 지난 3월 공개한 최신 AI GPT-4는 정보 처리량과 결과물 생성 능력이 더욱 향상돼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에 따르면 GPT-4는 미국 변호사 시험에서 400점 만점에 298점을 받아 상위 10%에 속했고 미국 수능인 SAT에서는 800점 만점에 710점을 받았다.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단어는 2만5000개에 이른다.

생성형 AI는 모든 산업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AI가 공장에서 생산량이나 가동 현황을 예측해 불량을 미연에 방지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법률, 세무, 회계 같은 고급 서비스 영역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열렸다. 예컨대 변호사가 과거 판례를 찾거나 소장을 쓰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송무를 자동화해 효율성과 정확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반대로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철옹성처럼 쌓은 권위를 한 방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맴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그에 대응하는 속도는 느리다. 관련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하고 도덕적인 판단도 뒤따라야 한다. 응용 방안을 찾는 과정도 간단치 않다.

이코노믹데일리가 창간 5주년을 맞아 14일 개최하는 '2023 KEDF(Korea Economic Design Forum)'에서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이번 포럼은 '디지털 3.0시대 산업 혁신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막을 올린 디지털 3.0 시대를 정의하고 제조업, 금융, 정보기술(IT), 의료 등 다양한 업종에서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디지털 3.0을 화두로 던지는 이유

현재 불어닥친 변화 바람을 한 단어로 명쾌하게 설명하려는 시도는 꾸준했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로 AI가 고도로 발전한 시대를 정의했다. 같은 해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펼친 세기의 대국으로 AI 붐이 일었다. 학계 일각에서는 "정보화 시대의 연장이 아니냐"는 회의적 반응도 나왔지만 4차 산업혁명은 정계와 경제계에서 '히트 상품'이 됐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지는 반세기도 훨씬 전이다. 1956년 미국 뉴햄프셔주 다트머스대학에서 개최된 컴퓨터 과학 연구 회의에서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 기계'라는 의미로 제시됐다. 인간이 정보를 학습하고 판단, 가공해 사용하는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방법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이때만 해도 개념으로는 AI가 존재했으나 이를 구현할 방법이 없었다. 당시 컴퓨터는 연산 속도가 너무 느렸고 세상의 여러 지식을 담기에는 데이터 저장 공간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거대한 계산기 수준에 그친 컴퓨터만으로도 군사와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탄도나 위성 궤적을 빠르게 계산하고 복잡한 암호를 해독하는 등 혁신을 가져왔다.

진공관이 트렌지스터로 대체되고 트렌지스터를 아주 작게 모아놓은 집적회로가 등장하면서 컴퓨터 발전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반도체는 1980년대부터 미국 가정과 사무실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개인용 컴퓨터(PC)는 일상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바꿨다. 이때부터 컴퓨터 과학 연구자가 아닌 대중들도 AI라는 단어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 무렵 국내에서는 AI가 주로 가전제품 기능으로 소개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당시 금성전자), 대우전자 등은 국내 가전업체는 1990년대 인공지능 세탁기, 인공지능 컬러 TV, 인공지능 VTR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디지털, 첨단 기술을 강조했다. 세탁-헹굼-탈수를 한꺼번에 한다거나 의류 원단에 맞게 미리 동작 프로그램을 입력해 여러 코스로 세분화한 정도였다. 지금 보면 별것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혁신이었고 기업에게는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반도체의 등장과 PC 상용화가 디지털 1.0 시대를 열었다면 인터넷은 디지털 2.0 시대의 상징이다. 별개로 움직이는 컴퓨터들이 서로 연결되며 생활상은 다시 한 번 변화를 맞았다. 월드와이드웹(WWW)은 또 하나의 세계였다. PC통신으로 각종 지식이 활발히 공유되고 온라인 동호회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코노믹데일리 2023 KEDF가 주목한 디지털 3.0은 디지털 2.0과는 또 다른 세상이다. 이는 기계가 사람과 본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시대다. 사람이 입력한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형태를 넘어 AI가 해답을 내놓기도 하고 사람은 고유한 능력인 직관, 가치 판단 등을 통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 2023 KEDF는 현재까지 추상적으로 제시된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고민하는 장이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