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성상영의 뷰파인더] 힘 실리는 상반기 '바닥론'…하반기엔 '好好'

성상영 기자 2023-05-13 06:00:00
주요 기업 1분기 실적 시즌 마무리 자동차·배터리 웃고 석화·정유 울고 하반기 中 리오프닝·수요 회복 예상 "수출 경쟁력 높일 대책 마련해야"

왼쪽부터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본사 사옥[사진=연합뉴스, 각 사]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12일까지 대다수 기업이 1분기(1~3월) 실적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내용은 '하반기엔 회복이 예상된다'였다. 1분이 또는 2분기(4~6월)를 바닥으로 3분기(7~9월) 들어서는 실적을 깎아먹는 요인이 서서히 사라지고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까지 나온 기업별 실적을 종합하면 자동차와 이차전지(배터리)는 강세, 반도체와 석유화학, 정유 등은 약세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줄곧 내리막을 걸으면서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를 합쳐 적자 규모가 8조원에 이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예상된 실적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 매출 37조7787억원, 영업이익 3조5927억원을 기록했고 기아는 매출 23조6907억원, 영업이익은 2조8740억원을 거뒀다. 글로벌 차량 판매가 호조세를 보인 데다 부가가치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이 늘어나고 환율까지 우호적인 덕택이다.

배터리 3사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이 회사는 매출 8조7471억원, 영업이익 6332억원을 나타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01.4%, 144.6% 급증한 수치다. 앞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본격적으로 받으면 영업이익이 1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화학은 실적 회복 시기를 하반기로 다시 넘겨야 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난 데다 제품 원료인 석유 가격이 오름세를 보여서다. 2분기 들어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에틸렌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료 가격을 뺀 값)가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반등할 수 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 속에서도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호실적을 낸 기업도 돋보였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337억원에 그쳤으나 태양광 사업을 하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2450억원 영업흑자를 거두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LG화학도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견조한 실적을 내며 영업이익 7910억원을 기록했고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다.

정유 역시 역대 최대 호황기를 보낸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부진했으나 유가 하락에 고전한 지난해 4분기(10~12월)보다는 훨씬 개선된 흐름을 나타냈다. 정유 4사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 2748억원 △에쓰오일 2906억원 △GS칼텍스 1464억원 △HD현대오일뱅크 193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양호했다.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석유화학, 정유 등 국가대표 업종의 실적은 하반기부터 상승 기류를 탈 전망이다. 이들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일제히 올해 하반기를 반등 시점으로 지목했다. 자동차 역시 미 IRA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 현대차·기아가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면서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경제계에 따르면 하반기 기대를 모으는 요인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 본격화와 반도체 수요 반등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경기 저점은 2분기 또는 3분기로 예상된다"며 "하반기부터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구체적으로 언제 가시화할지 단언하기 어려운 점은 변수라는 지적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만을 기다리기보다는 수출과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