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KDI도 인정한 韓 반도체 '약점'…GDP 1% 감소 효과

성상영 기자 2023-05-10 17:58:35
지난해 반도체 수출 63.8%가 메모리 글로벌 시장은 30%…韓 의존도 2배 전년比 수출 10% 줄면 GDP 0.78%↓ 가격 20% 떨어지면 0.15% 추가 감소

조가람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왼쪽)이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한국 반도체 산업의 약점으로 지목된 지나친 메모리 의존이 국내총생산(GDP)을 1% 가까이 감소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1~3월) 총 8조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낸 가운데 메모리 가격 하락이 최근 반도체 경기 악화 주범으로 확인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발표한 '최근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와 비교해 시장 규모가 3분의1 정도인 메모리가 최근 반도체 경기 하강을 이끈 주 원인은 가격 하락이었다.

메모리의 가격 상승률 변동성은 시스템 반도체의 4.5배에 이르렀다. 메모리는 소품종 대량생산이 이뤄지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다품종 주문생산 위주여서 계약부터 인도까지 기간이 길고 가격 변동성도 크지 않았다. KDI는 "올해 1분기 시스템 반도체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1% 감소한 반면 메모리는 56.3% 감소하며 경기 하락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다. KDI에 따르면 1분기 미국의 메모리 구매액은 66.5% 줄었고 중국도 구매 금액이 60.7% 감소했다.

한국 반도체 수출 물량 중 63.8%는 메모리가 차지했는데 이는 국내 기업이 반도체 경기 변동에 유독 취약한 이유로 지목됐다. 글로벌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메모리 비중은 30.5%로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KDI는 "한국 메모리 비중이 글로벌 수준과 같았다면 1분기 반도체 수출 감소폭은 4분의1 정도 줄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KDI는 높은 메모리 비중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반도체 경기 불황이 지속한다면 GDP가 1%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1년 전과 비교해 반도체 수출 물량이 10% 감소하면 GDP가 0.78%가 줄고 반도체 가격이 20% 떨어지면 GDP 0.15%가 감소한다는 결론이다.

한편 KDI가 예상한 반도체 경기 저점은 2분기(4~6월) 또는 3분기(7~9월)였다. 반도체 수요 60% 이상은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가 담당했는데 이들 제품군의 교체 주기가 겹치면서 반도체 수요를 더욱 크게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통상 컴퓨터 교체 주기는 4~5년, 모바일 기기는 2~3년인데 서로 시기가 맞아떨어진 때가 올해 2~3분기라는 얘기다.

조가람 KDI 연구위원은 "메모리 부분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서 반도체 수출의 변동성은 아직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규모도 크고 가격과 수요 안정성이 높은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한 다변화는 경기 안정의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