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무인 드론과 로봇이 사람 대신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전파 방해에 대응하는 기술이 중요해졌다. 이런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을 방어하는 '항(抗)재밍(anti-jamming)'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에 투자하며 '창과 방패' 싸움에 뛰어들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5일 항재밍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인피니티돔'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벤처 투자회사인 허니웰 벤처스, 넥스트기어 벤처스 등과 함께 인피니티돔의 '시리즈 A' 투자에 참여했다.
인피니티돔의 투자 유치 금액은 총 900만 달러(약 120억원)로 조건부지분인수계약(SAFE)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SAFE는 투자금을 먼저 지급한 뒤 할인된 가격에 지분을 취득하는 입도선매(立稻先賣) 형태의 투자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자기 지분을 투자자에게 넘기기로 약속하고 자금을 우선 조달하는 식이다. 투자 경쟁이 치열한 벤처·스타트업 지분을 확보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인피니티돔은 2016년 6월 설립된 회사로 항재밍 솔루션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절반가량 낮은 가격으로 더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항재밍은 적군이 아군의 무선 통신에 지장을 주기 위해 전파를 차단 또는 방해하는 '재밍'에 대한 방어 기술이다. 드론과 로봇 같은 무인 전투장비가 실전에 투입되면서 통신 무력화에 대응할 수단도 주목받고 있다.
항재밍 기술은 군사 이외 분야에서도 중요성이 부각되는 추세다. 배달용 드론, 자율주행차가 실생활에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해서다. 이들 모두 관제 서버, 인공위성 등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으며 작동하는데 이때 무선 통신 안정성과 보안이 최우선이다. 꼭 해킹이 아니어도 전파 방해만으로 배송 차질이나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1일 합병한 한화방산(옛 ㈜한화 방산부문)도 항재밍 기술을 자체 개발한 상태다. 이미 이를 적용한 전술급 유도무기와 지상 차량용 장치를 생산 중이다. 이번 투자로 인피니티돔과 협력하면 오는 2030년 127억 달러(17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세계 항재밍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고도화된 항재밍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국가 안보에 기여하고 새로운 혁신 시장으로 떠오른 민간용 드론과 로봇,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안전 기술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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