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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금리發 고공실적 제동…尹 '큰 그림' 통했다

신병근 기자 2023-04-13 00:00:00
'돈잔치' 지적후 첫 실적…NIM 하락세 뚜렷 "손쉬운 예대마진" 비난 속 대출금리 잇따라↓ 1Q 근소한 리딩 KB…당국 "상생금융 주력할것"

윤석열 대통령이 직격한 금융권 '돈 잔치'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올해 첫 분기 실적을 앞둔 주요 금융 상당수가 마이너스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금융 본사 전경 [사진=각 사]

[이코노믹데일리]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급 이익을 거둔 금융권을 향해 이례적으로 지목한 '돈 잔치' 직격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고공 실적을 이어온 금융그룹에 이제야 제동이 걸릴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1년여 지속한 금리 인상기 속에 예금과 대출(예대) 금리차에 따른 손쉬운 이자 장사라는 여론 도마 위에 은행 등 대다수 금융사는 올해 들어 첫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가 분석한 국내 8대 은행 지주사별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 또는 보합세를 보인다. 특히 주요 5대 금융(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전체 순익은 작년보다 1%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4월 마지막 주 공개하는 금융그룹 기업설명(IR)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비록 순익 감소폭은 작더라도 기울기가 가팔랐던 우상향 실적 그래프에 변곡점이 찍힌다는 점이 유의미하단 평이다. 결국 윤 대통령의 '빅 피처' 퍼즐이 맞춰진 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KB금융의 올 1분기 순익은 1조4053억원이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올린 작년 1분기 1조4531억원에 비해 3.3%(478억원) 줄어든 전망치다. KB금융과 업계 1위 타이틀(리딩금융)을 놓고 경쟁하는 신한금융 역시 작년 같은 기간 기록한 1조4004억원 보다 5.9%(829억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금융은 이미 작년에 분기별 실적이 꺾인 상태다. 농지사업비 1126억원을 포함한 작년 1분기 순익 6728억원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3%(81억원) 낮은 수치인데, 올해 1분기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 그려진다. 

다만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작년 일회성 비용 발생과 관련한 기저 효과에 따라 올해 1분기는 소폭 개선이 점쳐진다. 하나 및 우리금융 각각 작년 동기 대비 6% 성장한 9024억원,  3% 늘어난 8392억원 순익이 유력하다.

이렇듯 금융권 전반의 실적 전망이 예년과 달리 어두운 점은 각 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은행별 수익성 저하가 결정적이다. 우하향 순이자마진(NIM) 지표가 방증한다. 금투업계가 본 올 1분기 시중은행의 평균 NIM은 1.65%로, 직전 분기보다 0.07%포인트가량 떨어지는 수치다.

이는 윤 대통령과 금융당국의 은행권 예대 금리차를 향한 눈총에다 일반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더해지면서 은행들이 가계대출 조정에 경쟁적으로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은행권을 가리켜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때 "은행 시스템은 군대보다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월 금융그룹 사상 최대 순익 경신 소식이 잇따를 즈음 윤 대통령은 또다시 "은행 산업 과점의 폐해가 크다"고 비판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전대미문의 대통령 직설이 이어지자 당국은 물론 전 금융권에 걸쳐 초긴장 분위기가 조성됐다. 곧장 가산 금리를 낮추고 우대 금리를 조정하는 등 돈 빌린 차주 이자 부담을 줄이기가 업계 가장 큰 화두로 부상한 배경이다. 

당국은 금융권 실적 하락 양상을 검토 중이다. 가계대출 금리 인하 압박을 계속해 넣는 한편, 중·저신용자 등 주로 서민형 대출 창구인 제2금융권과 관련해 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은행권으로의 대환 대출 지원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 최측근이면서 '대통령의 발'로 평가받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광폭 행보를 보이며 '서민', '상생금융' 등의 키워드를 내세운 점도 이와 상통한다. 이 원장은 지난주에도 대구지역을 찾아 이곳을 연고지로 한 DGB금융그룹 등과 간담회를 갖고 "서민금융상품 이용자의 은행 방문 불편 해소를 위한 비대면 방식 활성화" 등을 주문했다.

당국 수장의 현장 스킨십은 시중은행을 필두로 상생 금융 방안을 잇달아 끌어내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은행 2050억원, 하나은행 1860억원, KB국민은행 1800억원, 신한은행 1600억원 등 7000억원대 규모에 달하는 상생 금융 지원책이 발표됐다.

통화당국으로서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기존 3.50%로 동결한 점도 '이자 장사' 동력이 떨어진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이 실행하는 시장금리의 경우 보통 기준금리 변동 사항을 수개월 전 선(先)반영하는 것이 관례인데, 국내 기준금리 최고점이 찍혔다는 시각이 대체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은행권 NIM 하락을 비롯한 올해 금융권 실적 둔화세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국발) 상생금융 종합 지원 패키지는 은행들의 연간 NIM을 약 0.04~0.05%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여기에 5~6월 중 대환대출 플랫폼에 이어 예금상품 중개서비스 실시도 예정돼 있어 하반기 NIM 하락 폭이 가속화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금융권 하방 실적 관측은 부진한 주가로도 드러나고 있다. 주가 반등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설명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당초 전망은 2분기부터 하락하는 것이었으나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은행권이 하락하면서 연간 NIM 전망치가 낮아졌고 당국의 경쟁 촉진 정책 등으로 마진에 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주 은행 업종 주가의 하락으로 인해 밸류에이션 측면의 매력과 주가 하방경직성이 확보돼 있다고 판단된다"며 "다만 이런 가격 매력 이외의 다른 모멘텀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