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하림, 라면부터 즉석밥 사업까지…'문어발 사업' 독 됐나

김아령 기자 2023-03-14 18:24:33

김홍국 하림 회장이 즉석밥 '더미식 밥'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하림]


[이코노믹데일리] 하림이 닭고기 전문업체에서 종합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즉석밥과 라면, 만두, 죽, 튀김 등에 진출하며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다. 신사업 부진이 지속 되면서 실적 부담도 함께 커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지난해 5월 계열사 하림산업을 통해 ‘더미식 밥’ 11종을 출시하면서 즉석밥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그보다 앞선 2021년 10월에는 프리미엄 라면 ‘더미식 장인라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이들 제품의 판매와 영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상당한 영업 비용 부담을 짊어졌다.
 
하림이 신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육계 사업의 한계성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육계 사업은 양계농가 생계 문제, 시장 물가 관리 등을 위해 정부가 직접 시장을 살피고 있으며 치킨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 지난해 말 하림 매출에서 육계 부문은 72%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하림은 육계사업 비중을 낮추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즉석밥, 라면 등 신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김홍국 회장도 더미식 브랜드 론칭 당시 “하림 제품 중 더미식이란 브랜드를 달고 나가는 제품은 맛과 품질에서 상위 20~30%에 드는 프리미엄 라인”이라며 “건강도 중요하고 맛도 최고여야 한다. 이게 하림이 추구하는 미식 브랜드”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흥행이 순조롭지 않은 분위기다. 하림은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으나, 아직 즉석밥 시장에선 점유율 5%대 미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아이큐(IQ)코리아가 지난해 8월 누적 기준 모든 라면 제조사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더미식 장인라면은 매출 상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더미식 라면과 즉석밥 모두 개당 2000원대 가격으로 접근 장벽이 높아 출시 때부터 논란이 컸다. 장인라면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농심 신라면, 오뚜기 진라면보다 2배 가량 가격 차가 났다. 더미식 밥도 업계 1위 CJ제일제당 햇반과 비교해 20% 이상 비싼 편이다.
 
식품 기업들이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내놓는 등 ‘가성비 마케팅’에 집중했지만, 하림은 차별화 전략으로 고품질 상품을 내놓는데 주력하면서 오히려 ‘돈 값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탓일까. 하림산업은 지난해 86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279억원 이상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이 4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2.7% 증가했지만 영업 손실이 매출의 두 배에 육박했다.
 
적자 규모가 크다 보니 지난달 하림지주가 지원한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숨통을 트이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하림산업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 비율은 110.6%로 전년의 60.6%보다 악화됐다.
 
하림의 ‘프리미엄 전략’은 올해도 이어진다. 하림이 최근 컵라면인 ‘챔라면’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일반 컵라면 대비 두 배가량 높은 3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또한 더미식을 이을 신규 식품 브랜드 ‘멜팅피스’ 일부 제품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선판매하고 있다. 멜팅피스 제품은 고구마튀김·오징어튀김·순대튀김·떡튀김·새우튀김 등으로 구성됐다. 하림의 프리미엄 식품 전략이 올해는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좋은 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소비자들이 높은 구매율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 조사를 기반으로 한 제품군 출시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