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한동안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나머지 국가 간 기준금리가 역전되고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디커플링' 현상이 이어지고 이로 인해 외환·채권시장이 다시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11일 각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일본(-0.1%)을 제외하고 영국(3.0%)과 캐나다(4.5%), 유로존(3.0%), 호주(3.6%) 등 주요국 기준금리는 3%대 초반에서 4%대 중후반에 머물러 있다. 미국(4.50%)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는 나라마다 경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그리고 달러 대비 환율이다. 통상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과도해지면 금리를 올려 자금 유동성을 억제하고 반대로 경기가 가라앉을 땐 금리를 낮춰 시장에 돈이 더 돌게끔 조절한다. 또한 달러와 비교한 자국 통화가치가 불안정할수록 환율을 중요하게 따진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초 1.25%에 불과한 기준금리를 최근 3.5%까지 끌어올렸다. 물가상승률이 5%대를 넘긴 데다 미국과 금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다.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상황은 상당히 이례적인데 이러한 상태가 지속하면 국내 자본시장에 모인 자금이 금리가 더 높은 미국으로 유출된다. 이는 국내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은 오르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는 '빅스텝'을 암시하자 코스피가 1% 넘게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의 딜레마는 여기서 시작됐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잡고 미국과 금리 격차를 좁히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과도한 금리 인상은 국내 경기를 빠르게 냉각시킬 수 있다. 이른바 '영끌족(영혼을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들)'의 위기가 말해주듯 과도한 가계부채도 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 투자와 생산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한국은행의 신중론에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 투자·생산을 하려면 결국은 돈이 필요한데 대다수는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주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식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300조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보다 유동성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이는 경기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자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한 탓이 크다.
현금을 마음껏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스럽다. 은행에서 직접 대출을 받을 때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고 회사채를 발행하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약속해야 한다.
기준금리가 미국과 비교해 과도하게 낮아도 문제다. 금리 격차가 벌어져 환율이 오르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효과를 내면서 비용 상승 압박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수출 비중이나 미국 내 생산·판매가 활발한 기업에는 높은 환율이 유리한 측면도 있다.
기업이 풀어야 할 방정식은 한층 복잡해졌다.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돈을 끌어올 곳은 마땅치 않고 환헷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완화하는 행위)도 더욱 정교하게 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전(全)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설비투자는 같은 기간 3.9% 감소했다.
상당수 대기업은 올해 초부터 투자·지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만 2조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액을 지난해 절반 수준까지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도 내부적으로 투자 계획을 재정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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