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전방위 '은행 과점' 깨기 실효성 의문…투心 위축에 금융주 뚝뚝

신병근 기자 2023-03-09 05:00:00
지방→시중은행 전환外…업계 "탁상공론 극치" 730억 순매도 3주째 외국인 "팔자"…주가 3%↓

'은행 과점' 깨기를 표방한 정부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은행주 하락, 투자 심리 위축 등 역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사진=국민은행]

[이코노믹데일리] 은행권 과점 체제를 허물려는 전방위적 당국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 다수 대안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급 이익을 낸 은행을 겨냥한 '돈 잔치' 발언 이후 금융사 옥죄기가 잇따르면서 은행주(株) 하락을 비롯한 투자 심리도 위축된 양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금융감독원이 주관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1차 실무작업 회의 이후 현재까지 은행주는 3%가량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당국 스탠스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팔자' 주의로 급선회했고, 직전 주에만 700여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도 행보는 윤 대통령 직격과 맞물리며 3주째 이어지고 있다. 또 주요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주가 우하향세가 뚜렷했다. 동시에 이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시중은행별 금리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 여부 등을 확인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까지 실행하자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관심도가 증폭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케이·카카오·토스뱅크) 중 유일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카카오뱅크가 이른바 정책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깨려는 정부 기조에 맞춰 인터넷은행에 적용 중인 각종 대출 규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풀이다. 실제 카카오뱅크 주식은 지난 6일 기준 6만3000원까지 오르며 일주일간 4% 이상 오름세를 보였다.

업계 희비가 이처럼 엇갈리고 있으나 금융당국은 은행권 제도 개선을 위한 고삐를 더욱 바짝 죄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반면 현장에서는 전례 없는 규제 수위에 냉가슴을 앓고, 당국 대안의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시각이 대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1차 TF 실무회의에서 발표한 대안에는 3대 지방금융그룹(BNK·JB·DGB) 산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이 명시됐다. 은행업 추가 인가와 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등 또 다른 대안들 역시 현행 은행법 개정은 물론 금산(금융-산업) 분리 및 금융소비자보호 이슈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주축 영업활동 지역은 연고지에 따라 구분돼 있고 이에 따른 역할도 차이가 난다"며 "더욱이 지방금융별 서울 본부가 헤드쿼터로서 일찌감치 수도권 영업 전선에 뛰어든 판에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탁상공론의 극치를 보인다"고 말했다.

비현실적 대안보다는 오히려 은행과 비은행권 사이 경쟁을 촉진하는 체감도 높은 방안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철옹성 같은 은행권 과점체제를 깨기에는 역부족일 테지만 증권사 법인결제, 보험사 지급결제, 카드사 종합지급 결제 업무 등을 허용할 구상은 참신하다"며 "가상자산 실명확인 계좌 발급 기관을 늘리려는 검토까지 나오면서 안전성 관리 인프라만 확실히 구축된다면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사실상 최초로 주요 은행 본점을 상대로 금리 담합 여부에 관한 일시 조사를 벌이는 점을 두고도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민간 은행은 중앙은행이 정한 기준금리에 자체 책정한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적용하는데, 조사를 받는 은행별 주택담보대출의 우대금리와 평균 가산 금리차는 2%포인트가량에 달한다. 이런 분명한 격차가 당국의 무리한 조사를 비판하는 근거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