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4분기(10~12월) 7000억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지만 상반기(1~6월) 고유가에 힘입어 연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석유제품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9조1367억원, 영업손실은 6833억원으로 나타났다. 직전 3분기(7~9월)와 비교해 매출은 3조6167억원(15.9%)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78조569억원, 영업이익은 3조99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31조2035억원(66.6%), 영업이익은 2조2572억원(129.6%) 각각 증가한 수치다. 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2008년과 2011년보다도 높았다.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고도 연간 최고 실적을 달성한 이유는 앞선 1~3분기(1~9월) 실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6조1668억원, 3조9783억원이었다. 1년치 영업이익 대부분을 상반기에 거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는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을 반영하고 정제마진 축소로 영업 적자를 냈지만 연간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했다"며 "상반기까지 이어진 유가 상승과 석유 제품 수요 증가로 연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적 호조를 이끈 또 다른 한 축은 수출이다. 석유 제품 수출은 1억4000만 배럴로 2021년보다 37.7% 늘었다. 원유를 해외에서 사들여 제품으로 정제·가공한 뒤 수출하며 큰 이익을 남겼다. 석유 사업을 포함해 SK이노베이션 전체 수출 금액은 총 매출 가운데 72%를 차지한다.
상반기까지 잘 나가던 석유 사업은 하반기 들어 기세가 꺾이더니 4분기에는 영업적자를 냈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재고 이익이 감소한 탓이다. 4분기 석유 사업 매출은 12조1538억원, 영업손실은 6612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변동성이 큰 시황을 활용해 고마진 제품 해외 판매를 늘려 이익 감소를 상쇄했다"고 전했다.
배터리 사업 적자는 여전히 과제로 지목됐다.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생산능력과 판매량을 늘리며 4분기 최고 매출을 달성했으나 신설 공장이라는 특성 때문에 고정 원가가 높아 영업손실이 커졌다. 지난해 4분기 배터리 사업 매출은 2조8756억원, 영업손실은 2566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는 경기 침체 우려와 중국 코로나19 봉쇄 해제(리오프닝) 기대감이 뒤섞여 변동성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SK온 흑자 전환 시점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열고 "올해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글로벌 생산기지 생산성 제고와 판매가격 조정, 국내 경쟁력 강화 등 결과가 2024년 하반기부터 가시적 성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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