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택시 요금 인상을 앞두고 현장에서 택시 기사들을 만나봤다. 어쩌면 택시 요금 인상만이 ‘택시 대란’ 해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난 1일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됐다.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도 2㎞에서 1.6㎞로 단축됐다.
현장 반응은 시큰둥했다. 지난해 12월 택시 심야요금이 인상되고 난 후 어느 금요일 밤 신사역 거리로 나가봤다. 택시를 잡는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다.
택시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야 할증료 인상 이후 '심야 빈차 대란'을 겪었던 기사들은 기본요금까지 오르면 어떤 상황이 올지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법인택시 기사들은 "인상된 요금이 전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회사로 들어간다"며 "오히려 빈차만 늘었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택시 공급이 과도하게 늘면 기사끼리 경쟁이 과열될까봐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모두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와중에 웃는 건 카카오택시 뿐이다. 카카오택시는 호출 앱 시장 점유율 92%를 차지하면서 어마어마한 장악력을 보여주고 있다. 택시 요금이 오르면 실차율도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을 카카오택시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실상을 들여다 보니 카카오는 카카오T 블루, 카카오T 블랙, 카카오T 벤티 등 가맹택시에만 호출(콜)을 몰아주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 상대로 소위 '장난'을 친 것이다.
그 내막에는 가맹 기사로부터 뜯어가는 수수료, 비가맹 기사 콜을 취소하는 갑질, 일반 승객으로부터 받는 어마어마한 호출료가 있다.
지난해 2월 서울시는 카카오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 관련 실태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이를 카카오가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자사 서비스를 우대한 행위라고 보고 조만간 제재 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카카오는 운행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장거리 승객이 호출하면 카카오 가맹 택시를 붙이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한 비가맹 택시 기사는 "경기 남부로 가는 택시 콜을 잡고 이미 1km 정도 승객에게 가고 있었는데 중간에 카카오에서 일방적으로 취소시켰다"며 "승객 위치로 가보니 카카오T 벤티가 태워가더라"고 했다.
카카오는 기사와 승객 모두에 대한 독과점 남용 행위를 그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택시 대란 막겠다고 요금은 이미 올려놨으니, 빈차 대란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카카오 독점 행위부터 규제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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