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르포] 서울택시 2월 요금 인상에 온도 갈린 '개인 vs 법인' 기사

고은서 인턴기자 2023-01-05 08:21:10
지난달 택시 야간 할증 적용으로 승객 대폭 줄어 개인택시 기사들 "환영...승객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 법인택시, "오히려 '빈차대란' 위기 닥쳐…"근로·임금 형태 다양화 필요"

3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승강장 전경[사진=고은서 인턴기자]


[이코노믹데일리] “택시 대란 잡다가 빈 차 대란 오게 생겼어요.”
 
서울역에 도착하니 택시승강장에 택시들이 줄 지어 정차해 있었다. 기사들은 대부분 삼삼오오 모여 손님을 기다리며 담배를 피우거나 통화를 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3일 오후 2시께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만난 택시 기사 임모 씨(75)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평소 같으면 지금 시간대에도 여기(서울역)에 택시들이 대기할 일 없이 바삐 다닐 텐데 다들 손님이 없어서 이렇게들 터미널이나 주요 역 앞으로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며 “지난달부터 할증 요금 올라간 야간에는 더 심하다”고 토로했다.
 
다음달 1일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된다. 인상률은 약 26% 수준이다.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도 2km에서 1.6km로 단축된다. 거리요금 또한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시간요금은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각각 인상 예정이다.
 
지난달 1일에는 서울시가 심야 택시요금 할증 기준을 올렸다. 할증 시작 시각을 오전 12시(자정)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기고 택시 운행 대수가 가장 적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는 할증률을  20%에서 40%로 대폭 올렸다.
 
서울시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코로나19 이후로 발발한 택시 승차 대란이 한 몫을 차지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급격히 심해진 승차난을 요금 인상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3일 오후 3시께 서울 송파구 E1 홍익 에너지충전소 전경[사진=고은서 인턴기자]


기자는 서울 시내에서도 택시 기사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지역인 송파구의 한 LPG 충전소로 이동해 얘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개인택시 기사들과 법인택시 기사들 간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개인택시 기사 대부분은 오는 2월부터 시행될 요금 인상 정책에 긍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이와 달리 법인택시 기사는 수입금 감소를 우려했다.
 
개인택시 기사 윤모 씨는 “야간 할증료가 올라 손님이 줄었지만 그래도 단가가 높아 할 만하다”며 “2월에 기본요금이 오르면 수익이 조금이나마 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택시 요금 인상과 더불어 개인택시 부제 해제를 반기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10일 서울시를 비롯해 심야 승차난이 심각한 지역의 시내 개인택시 부제를 전면 해제했다. 개인택시 부제는 택시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특정한 날에 휴무를 강제하는 제도다.
 
잠실역 근방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개인택시 기사 김모 씨는 “작년 11월에 부제가 폐지되면서 쉬고 싶을 때 쉬고, 운행하고 싶을 때 운행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고 말했다.
 
요금 인상으로 걱정되는 점은 없는지 묻자 그는 “승객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일 거라고 생각한다”며 “지난번에 3000원에서 3800원으로 기본요금이 올랐을 때도 3개월 정도만 승객이 줄었지 그 다음부턴 원상 복구됐다”고 답했다.
 
이어 김 씨는 “뭐, 손님들이 택시를 빨리 잡을 수 있다면 그만 아니냐”라며 “근본적인 문제(승차난)가 해결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의 동료 기사 이모 씨는 “그래도 개인택시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며 “택시 공급이 늘어나면서 택시 기사끼리 경쟁이 과열되니 손님 구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법인택시 기사들 생각은 달랐다. 법인택시 기사 송모 씨는 “요금 올린다고 다 우리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고 회사로 들어간다”며 “오히려 빈 차만 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송 씨는 “주간 위주로 다니는 개인택시랑 달리 우리(법인택시 기사들)는 야간도 다녀야 하는데 밤에 택시 타려는 손님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송 씨에 따르면 법인택시 기사는 보통 한 달 26일, 하루 15시간씩 근무해야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 월 201만580원)보다 더 벌 수 있다. 송 씨는 “정해진 납입금을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에서 뱉어야 한다”며 “이래서 많은 기사가 코로나 이후로 개인택시로 갈아타거나 아예 다른 업종으로 옮기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12월 10만2000명인 법인택시 기사 수는 3년 새 3만명 가까이 줄어 2022년 10월에는 7만3000명까지 떨어졌다.
 
승차난이 일어난 원인 중 하나인 법인택시 기사 부족 현상을 해결하려면 근로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었다. 법인택시 기사 정모 씨는 “단순히 택시 대수가 적은 게 아니라 특정 시간대에 택시가 모자란 것”이라며 “개인택시 부제 해제뿐 아니라 법인택시 근무 형태와 임금체계가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