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중국 정부가 자국 게임이 아닌 외산 게임 44종에 판호를 내주면서 국산 게임 7종도 포함돼 현지 진출이 가능하게 됐다. 55조원대 중국 시장이 열리면서 게임 업계도 탄력을 받는 모양새지만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국가신문출판서는 전날(28일) 외산 44개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을 공고했다. 판호는 중국 정부가 게임과 서적 등 '출판물'에 허가를 내주는 중국 내 제도다. 판호가 없으면 중국 현지 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이번 판호를 받은 국내 게임은 총 7종이다. 구체적으로 △넷마블 제2의나라 △넷마블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샵 타이탄 △넥슨 메이플스토리M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엔픽셀 그랑사가 등이다.
외산 게임이 대거 판호를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당국은 2016년 우리 정부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갈등을 겪은 뒤 한한령을 선언했다. 이 때부터 우리 게임의 판호 발급이 막히기 시작해 2020년 12월 컴투스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대한 허가가 나올 때까지 4년 가량 진출이 제한됐다. 지난해에는 핸드메이드게임 '룸즈: 풀리지 않는 퍼즐', 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 등 2건에만 판호가 나왔고, 올해 들어서는 넵튠 '이터널 리턴: 인피니트'가 판호를 받은 유일한 게임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호 발급을 두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국내 게임 업체 직원은 "중국 시장이 워낙 커 포기할 수 없었지만 이번 조치로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게임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965억 위안(약 55조원)으로 추정됐다. 전세계 단일 시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또 다른 게임업체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들의 기술력과 실적이 오르면서 '이제는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며 "호요버스 '원신'을 비롯해 중국의 여러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 '기술이 역전됐다'는 국내 업계 위기감도 팽배하다"고 말했다. 원신은 지난 5월 기준 글로벌 누적 매출 30억 달러(약 3조8000억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외산 게임에 대한 대량 판호 발급은 최근 중국 내 '제로 코로나' 정책 관련 불만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진 데 대한 '미봉책'이란 것이다. 여러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 정책에 반기를 들며 온·오프라인 시위에 나서는 것은 대부분 청년세대로 알려져 있다. 청년세대가 눈을 돌릴 수 있는 게임 관련 허가를 잠시 풀어 정부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 속내와는 별개로 이번 판호 발급은 게임업계 내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내 게임 업계는 넥슨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올 하반기(7~12월) 다소 부진한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국내 업체들이 모바일 게임에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영미권 수요를 노린 콘솔·PC 게임 신작들이 다수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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