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본車, 하이브리드 향한 '아집'...내년 판매도 '안갯속'

심민현 기자 2022-12-26 17:07:05
전기차보단 '하이브리드' 집중 11월 국내 판매량 전년比 25.8% 감소 세계 車 시장 트렌드 역행, 내년도 부진 전망

렉서스 ES300h[사진=렉서스코리아]


[이코노믹데일리]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들이 올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2019년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노노재팬)의 충격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데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전기자동차 개발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등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이 부진의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렉서스·혼다 등 일본차들의 지난달(11월) 판매량은 1447대로 전년 동월 대비 2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량이 2만8222대로 50.0% 오른 반면 일본차는 계속해서 곤두박질 중이다.

특히 일본 자동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부진이 골치 아프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렉서스의 판매량은 6534대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4% 줄어든 수치다. 렉서스의 대표 모델 'ES300h'는 4000대도 채 팔리지 않으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40%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혼다도 27.0%의 하락세를 기록하며 2962대에 머물렀다. 이대로라면 수입차 흥행 척도인 연간 '1만대' 판매 브랜드에서 일본차는 아예 명함을 내밀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올해 누적 판매량을 살펴봐도 일본 브랜드의 부진은 명확하다. 올해 1~11월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25만3795대로 0.6% 증가했다. 그러나 일본차는 19.3% 줄어든 1만5315대로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일본차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6%에 그쳤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차에 밀렸던 미국차가 이보다 많은 9%, 유럽차는 무려 85%다.

일본차 판매량 감소의 외부적 요인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노노재팬이 꼽힌다. 렉서스 뿐만 아니라 BMW,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한 대부분 수입차 브랜드가 반도체난 여파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또 노노재팬 운동 영향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일본차 구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점도 여전히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렉서스 전기차 UX300e[사진=심민현 기자]


다만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적 요인이 일본차의 부진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바로 일본 브랜드의 하이브리드차를 향한 '아집'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열풍'이 불고 있지만 도요타와 혼다는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국내 시장에 출시된 일본 브랜드 전기차는 렉서스 'UX300e'가 전부다. 이마저도 233km라는 짧은 주행거리로 혹평받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브랜드들은 아집을 버릴 뜻이 없어 보인다.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태국을 방문해 "전기차 모델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고 기존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합한 하이브리드차를 대량 판매하면 단기적 효과를 낼 수 있다. 단 하나의 옵션으로 제약하면 안 된다"며 "자동차 업계의 침묵하는 다수는 순수 전기차를 유일한 선택안으로 보는 것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 트렌드에 역행하는 일본 브랜드들의 아집이 우려스럽다"며 "내년에도 한국 시장에 제대로 된 전기차를 출시하지 못한다면 올해보다 심각한 판매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