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현대자동차가 승부수를 던졌다. 내년 첫날부터 시행 예정인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회사 피해가 커질 경우 조지아주(州) 전기차 공장 투자를 다시 고려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기공식도 개최했다. HMGMA는 1183만㎡(약 358만 평) 부지에 연간 30만대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내년 상반기(1~6월)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
로버트 후드 현대차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은 15일(현지시간)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IRA 때문에 현대차가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를 취소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 회사가 계속 주시해야 할 경제적 결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부터 미국 내 전기차 판매와 시장 점유율을 계속 늘려야 공장이 완공됐을 때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다"며 "판매가 증가하기 시작하지 않으면 공장이 경제적으로 타당한지 진지하게 질문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전기차 공장 건설 자체를 백지화하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IRA 시행으로 입게 될 현대차의 피해 규모에 따라 전기차 공장 건설 규모가 축소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후드 부사장은 미국 시장이 매우 중요하고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과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이 워낙 성공적이었다며 현대차는 미국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명의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와 의회 관계자를 만나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며 "그들은 우리의 고충에 매우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리는 이미 공장 기공식을 하고 부지 정비도 끝내는 등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의 요청은 미국이 원했던 투자를 한다는 이유로 벌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법이다. 사실상 보조금 개념으로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대부분의 외국 자동차 기업들은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현재 현대차 아이오닉 5의 미국 현지 판매가는 약 4만1000달러다. 미국 브랜드 포드 머스탱의 마하-E가 약 4만6000달러인 것보다 저렴하다. 그러나 IRA가 시행돼 포드차에 7500달러 보조금이 지급될 경우 포드차가 더 저렴해진다. 현대차의 장점인 '가성비'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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