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방패를 잘 만들려면 창을 잘 사용해봐야 하듯 견고한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어떨 때 해킹이 발생하는지 잘 알아야죠." (LG전자 직원)
LG전자 직원들이 처음으로 개최된 사내 모의 해킹대회에서 사이버 보안 실력을 겨뤘다.
LG전자는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R&D캠퍼스에서 'LG 해킹대회 2022' 본선 경기를 개최하고 임베디드 시스템(제품 주된 기능에 추가로 탑재된 기능) 해킹과 웹 해킹 분야에서 각각 우승팀을 선발했다고 28일 전했다.
이번 해킹대회에는 가전, TV, 비즈니스 등을 담당하는 각 사업본부를 비롯해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문, 플렛폼사업센터, 생산기술원 등 임직원 150여 명이 2~3명 단위로 팀을 꾸려 참가했다. 이 가운데 온라인 예선을 거친 13개 팀이 본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대회는 특정 시스템에 존재하는 보안 취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공격해 권한을 탈취한 후 시스템 내부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한된 시간 안에 가장 많은 문제를 해결한 팀이 우승한다.
LG전자는 사이버 보안 중요성과 소프트웨어 개발자 역량 향상, 우수 인재 발굴을 위해 이번 대회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대회에서는 각 문제마다 특정 상황을 가정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매번 새로운 시스템 환경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참가자들이 해킹대회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현업에서 제품, 서비스, 내부 시스템을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안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대회가 첫 회인 만큼 참가자들의 의지도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 직원은 "가전과 디스플레이 제품도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게 추세"라며 "담당 제품의 해킹 방지와 사용자 신뢰 구축을 위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전장(VS)사업본부 직원은 "차량 솔루션에서 중요한 사안인 보안 문제를 경험하고 현업에서 활용하기 위해 나왔다"고 밝혔다.
실제 냉장고·TV·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인터넷에 연결해 서로 기능을 연동하거나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홈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또한 자동차는 자율주행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의 중요성이 더해지면서 이동통신망에 항상 연결돼 있다. 모든 사물과 기기가 온라인 상태인 만큼 보안 위협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사전에 전체 참가자를 대상으로 해킹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사이버 보안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했다. 화이트해커(선의를 가진 해커)로 유명한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를 비롯해 국내외 다수 전문가가 해킹 유형과 정보보안 등을 주제로 강연했다.
엄위상 LG전자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보안에 대한 임직원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뛰어난 역량을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발굴·육성해 세계 최고 수준 보안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모든 제품 개발과 출시 과정에 자체 소프트웨어 보안 프로세스를 적용해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사이버 보안 전문기업 '사이벨럼'을 인수해 전장사업의 보안 경쟁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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