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SPC그룹 계열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SPC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고 있다.
19일 트위터와 웹사이트 등 SNS에는 ‘#SPC불매’ 해시태그와 함께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브랜드 목록이 공유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망사고 발생 이후 SPC 측의 미흡한 사후 대처를 비판했다. 회사 측은 고용노동부가 안전장치가 없는 7대에만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는 이유로 사고 이튿날 사고현장을 흰 천으로 가린 채 남은 기계 2대의 가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혈흔이 남아 있는 현장 곁에서 사고 다음날에도 빵을 만들도록 작업 지시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피 묻은 빵을 먹을 수 없다”며 SPC 불매를 선언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또한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등 다른 현장 근로자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은 더해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눈물 젖은 빵은 먹어도 피에 젖은 빵은 먹을 수 없다”며 “노동 조건이 개선될 때까지 SPC를 불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네티즌은 “사람이 일하다 죽었는데 공장을 돌리고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노동자의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옆에서 사람이 피 흘려가며 죽어가는 곳에서 만든 빵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지 않다”, “2022년 대한민국에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누린다는 것이 아직도 힘든 일인가...반복되는 사건사고가 너무 안타깝다” 등의 댓글도 잇따랐다.
SPC그룹은 ‘사고 이후 작업 지시’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회사 측은 “사고 직후 해당 설비는 물론 동일 기종 기계의 모든 가동을 중단했다”며 “관련 라인에서 근무하는 150여명의 직원들에게는 이날부터 유급 휴가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분노가 이렇게까지 번진 건 노동자의 사고를 막을 수 있음에도 그동안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이 드러나서다. 지난 4월 40대 노동자가 배합기를 청소하다 오른손이 끼어 다쳤고, 보름쯤 지나선 50대 여성 노동자의 손이 반죽 롤러에 끼어 들어갔다.
특히 이번 사망사고가 난 배합기에는 손 끼임을 막아주는 덮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거나, 열려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측이 앞서 있던 사고 이후 안전조치를 제때 취했더라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회사 측의 ‘안전불감증’을 그대로 증명한 셈이다. 해당 제빵공장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 9월까지 37명이 끼임, 넘어짐 등의 사고로 다치거나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불매운동 확산에 따라 SPC 계열사 가맹점주들은 다시금 불안에 떨고 있다. 과거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갑질’, ‘위생’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불매운동으로 번진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PC가 이번 사고 관련 가맹점주에게도 책임 있는 보상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노동부는 18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SPC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SPL 공장 관계자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해당 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2인 1조 작업이 진행됐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오는 20일 오후 2시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SPL 평택공장 중대재해 산재 사망사고 희생자 서울추모행사’를 진행한다. 이날 허영인 SPC 최고 경영책임자 수사 발언 촉구와 SPC그룹 계열사 안전 사고 증언, 산재사망 사고에 대한 공동행동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Copyright © 이코노믹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