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정부 보험가격 규제, 경제적 효과 짚어보니

이아현 기자 2022-09-29 17:32:48
보험硏, 29일 보험가격 규제 관련 세미나 개최

[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최근 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상승,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국내 경제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는 과감한 규제 완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 가운데 보험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가격 규제의 경제적 효과와 한계를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보험 산업이 성장할 초기에는 영업행위 미흡 등으로 가격 규제를 통한 소비자 보호 및 재무건전성 확보가 필요했지만, 점차 성숙단계에 들어서면서 가격 규제는 오히려 보험사의 혁신을 저해하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기관 규제로는 가격 규제, 약관 규제, 행위 규제, 건전성 규제 등이 있다. 

보험연구원은 29일 '보험가격 규제 관련 이론 및 실증연구 검토'이라는 주제로 화상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박소정 서울대 교수,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황진태 대구대 교수가 참석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박소정 교수는 "규제는 시장이 실패했을 때 도와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보험 분야에서 잘 작동하는 시장은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거래가 매끄럽게 잘 이루어지고 정보 비대칭이 없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고, 무언가의 이유로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아 실패로 이어질 때는 규제를 통해 문제를 고쳐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 보험의 경우 보험 가격 사전 승인제로 진행이 되는데, 보험 가격을 결정하고 변동하기 전에 금융 당국의 승인과 허가를 받는 방식"이라며 "하지만 미국의 경우 1990년대 이후부터 사전 승인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격 자율화가 점차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도 굳이 가격을 규제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훨씬 효율적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고 다만 약관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며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가격 규제를 강하게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규제의 부작용이 크지 않은데, 이곳은 보험사기, 사고율 등을 낮추려는 각종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양준석 교수는 "우리나라는 가격을 변동하지 못하게 묶어 놓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가격은 시장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신호이자 시장 효율성의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인데 함부로 왜곡시키면 시장 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가격 규제를 한다면 시장 실패가 심한 부분에만 규제를 적용하고 동시에 경쟁을 최대화해 규제 없이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황진태 교수는 "정부의 가격 규제 개입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통제보다는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경쟁이 발생하고 자연스럽게 보험료 인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창 연구원은 "보험산업은 과거에 비해 상품과 서비스가 복잡해졌고, 시장 플레이어 간의 이해관계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적재적소에 가격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며 "오히려 가격 규제가 보험사의 상품·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