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조선업, 수주·고환율은 '좋아요'...고유가·구인난은 '싫어요'

김종형 기자 2022-09-15 20:47:25
국내 업체들, 한 척당 3300억 원대 LNG선 지난 8월까지 전 세계 수주량 82% 점유 치솟는 환율도 '달러 결제' 받는 조선업엔 일부 유리 과거 구조조정 후 '돌아오지 않는 인력' 늘어...전쟁 여파 원자재 상승도 실적 압박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이코노믹데일리] 국내 조선업계가 해외 수주 행진을 잇는 가운데 고유가와 구인난 등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7만4000㎥급 이상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가격은 2억4000만 달러(약 3320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친환경 관심이 높아지며 기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가격인 1억2000만 달러(약 1650억원)의 2배 수준까지 올랐다.

 

국내 조선업계는 올 초부터 LNG 운반선 수주를 휩쓸고 있다. 전체 규모는 115척(961만9480CGT·표준환산톤수)으로 국내 업체들은 이 중 94척을 수주하며 82%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을 중심으로 LNG 운반선 발주가 늘면서 '조선 3사'로 불리는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업체들이 올해 수주 잔량을 미리 확보하게 됐다. LNG선박 외 전체 선박 수주량은 총 2800만CGT에 달한다.
 

15일 오후 3시 현재 원·달러 환율[사진=네이버 환율 캡처]

 

최근 1400원대 인근까지 치솟고 있는 환율도 철강, 항공업 등 산업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조선업은 다르다. 선박 거래는 달러로 이뤄지는만큼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환율)가 오르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난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분기(4~6월) 실적발표에서 "흑자 전환을 4분기(10~12월)로 예상했는데 3분기(7~9월)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주 호황과 환율 상황은 조선업계에 긍정적이지만 인력난과 고유가 문제는 여전히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행정 통계로 본 8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조선업 노동시장은 수개월째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선박 건조에는 짧아도 2년여 시간이 소요되는 데 과거 2010년대 중반 불황으로 진행한 구조조정 이후 떠난 인력들이 돌아오지 않아 인력난이 장기화되고 있다.

통계에는 1000인 이상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용보험 자격을 상실하는 근로자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에는 수주량 224만CGT에 피보험자 수 17만명이던 근로자 수가 지난해엔 1744만CGT에 10만명으로 감소헀다.

 

선박 건조작업 중인 조선업 근로자들 모습[사진=연합뉴스]

 

아울러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도 실적 압박 요인 중 하나다. 선박 수주는 역대 최대 수준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요인으로 금속 자재 가격들과 국제유가는 전년 대비 크게 상승했다. 전쟁 장기화와 함께 인플레이션 수치도 치솟으면서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실적 반영까지 2년여가 소요돼 2년전 코로나19 시작 시점 실적이 올해 수출에 반영된다. 이는 올해 수주 호황과는 달리 650만~1000만CGT 수준"이라며 "올해 들어 수주 실적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