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계열사를 직접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현장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본격적인 오너 경영에 나서면서 한동안 멈춰 있던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성사시키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흥 방문 닷새 만에 삼성엔지니어링 찾아 직원 격려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소재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찾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건설과 에너지 사업을 주력하고 있는 삼성 계열사다. 엔지니어링 분야의 솔루션과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GEC 센터에서 임직원을 만나 해외 프로젝트 진행 상황과 친환경 사업 전략 등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내식당에서 직접 식사를 한 뒤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내 어린이집을 방문해 운영 현황을 살피고 교사들도 직접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권 이후 일선 현장을 공식적으로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복권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다.
기흥은 1983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이 태동한 곳이다. 세계 최초 64M D램을 개발한 1992년에는 D램 시장에서 1위를 달성했다. 1993년 메모리 반도체 분야 1위를 달성하는 등 '반도체 초격차'의 초석을 다진 곳이기도 하다.
닷새 만에 주요 계열사 두 곳을 잇따라 방문한 만큼 당분간 이 부회장의 현장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사업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멈췄던 투자 시계 빨라질까...M&A 등 성과 기대
이재용 부회장이 현장 행보를 신호탄 삼아 경영 복귀를 본격화하면서 그 성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재계에서는 총수의 부재가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가가 나왔었다. 대규모 장기 투자 계획을 지휘할 수 있는 '오너 경영'의 강점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경영 복귀로 특히 한동안 멈춰 있던 인수합병(M&A)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초부터 줄곧 M&A 가능성을 언급했다.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이 부회장의 유럽 주요 국가 순방이 재계의 이목을 끈 이유다.
당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와 영국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독일 차랑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등은 삼성전자의 주요 M&A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대규모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다수를 증설한 것과 별개로 국내 시장에 대한 통큰 투자를 예고한 만큼 조만간 가시적 성과를 내지 않겠냐는 전망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5월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 등 핵심 산업과 신성장 IT 산업에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80%인 360조원은 국내 시설에 투자한다.
다소 제한적이었던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이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반도체 산업을 비롯해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주요 기업들은 전문 경영인보다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오너 경영인과의 만남을 선호한다"라며 "삼성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30%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반도체 산업 등에서 경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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