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포르쉐·벤츠·BMW, 韓 소비자 대놓고 '호구' 취급...해결책 있나?

심민현 기자 2022-07-28 18:05:52
벤츠, 침수차 새차 둔갑 판매...포르쉐는 파손된 신차 판매 '불자동차' 오명 BMW는 반성은커녕 '책임 회피'로 일관 레몬법 개선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시급

차량을 받은지 2주 된 벤츠GLS 내부 상태라며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 [사진=네이버 카페]


[이코노믹데일리] 국내에서 인기 높은 수입차 업체 포르쉐·벤츠·BMW가 잇따라 한국 소비자들을 '호구' 취급하는 사건을 일으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벤츠 코리아, 침수차 새차로 둔갑시켜 판매...되려 소비자에게 1500만 원 덤터기 씌웠나?

벤츠 코리아는 침수차를 새차로 둔갑시켜 판매한 이후 소비자가 항의하자 교환을 원하면 1500만 원을 부담하라는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여 벤츠 오너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24일 벤츠 네이버 카페에는 '벤츠에서 썩은 차를 팔았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작성한 차주 A씨는 "구매한 지 2주 밖에 되지 않은 벤츠GLS에 내부 부품이 부식된 사실을 알게됐다"며 "출고 다음 날 스피커, 음성 관련 부분이 작동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딜러에게 알렸더니 서비스센터 예약을 잡아줬다. 2주 후 센터에서 트렁크 부분을 분해했더니 이 꼴"이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벤츠GLS 판매 가격은 1억4000만~1억6000만 원이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새 차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차량 내부 곳곳에 녹슨 흔적이 보였고 정체 불명의 흰색 가루가 가득 붙어 있었다.

A씨는 "콘트롤박스 고장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탈 뻔했고 시간이 지나서 발견했다면 제가 뒤집어쓸 뻔 했다"며 이후 벤츠에 교환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A씨는 더욱 황당한 상황을 맞이했다. A씨는 교환을 요청한 뒤 보상 문제를 총괄하는 벤츠 코리아 이사 B씨와 직접 통화를 하게 됐다. 

B씨는 A씨에게 "제조상 문제를 인정해 조용하고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다"며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겠다고 한 뒤 "차량을 등록하고 주행했으니 취·등록세 900만 원과 감가상각비 600만 원을 더해 총 15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A씨가 "이게 무슨 배짱이냐"며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B씨는 "차량 감가와 취·등록세는 구매자가 부담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 1500만 원이 그리 큰돈도 아니지 않으냐"라고 답했다. 

A씨는 "벤츠는 일단 등록하고 주행을 했다면 어떤 문제라도 취·등록세와 새 차 감가 비용을 구매자에게 부담시키는 것 같다"며 "구매자에게 뽑기를 잘못한 죗값을 물린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2일 인도 받은 포르쉐 카이엔 신형 차량 조수석 하단 스테프가 파손된 모습. [사진=A씨 제공]


◆포르쉐, 파손된 신차 판매?...'무례한 응대'도 논란

포르쉐도 신차 출고 관련 문제로 항의하는 고객에게 무례한 태도로 응대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27일 본지 취재 결과 최근 1억8000만 원에 달하는 포르쉐 카이엔 쿠페 플래티넘 에디션을 구매했다는 차주 A씨는 지난 22일 서울 강남 포르쉐 센터 대치에서 차량을 인도 받은 뒤 거주지인 충남 천안에 도착했다.

A씨는 천안 집에 도착한 뒤 신차를 구매했다는 기쁨에 차량 곳곳을 살펴봤다. 그런데 조수석 하단 스테프가 무려 3군데나 파여있었다.

차량 문제를 파악한 A씨는 주말을 피해 지난 25일 딜러 B씨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B씨는 "포르쉐는 차량을 검수할 때 PCR존에서 3번 이상 철저히 검사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없다"며 "제가 16년 동안 포르쉐에서 일하면서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차량을 포르쉐 센터 대치 지하 2층 출고 안내 공간에서 지상으로 직접 운전해 A씨에게 인도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B씨는 이와 관련해 "저는 절대 차량을 파손시키지 않았다"며 "그간 차고가 낮은 스포츠카 인도도 수없이 했지만 차량을 긁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A씨가 차량을 출고받기 위해 찾은 포르쉐 대치동 지점 앞에서 찍은 사진에 손상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A씨는 B씨와 포르쉐 센터 대치 측의 무례한 태도에 더욱 분노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결국 스테프 교환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과정에서 "포르쉐 센터 대치는 잘못한 게 없다. 하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교환을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고급 수입차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진심 어린 사과는커녕 마치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A씨는 B씨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이런 태도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마치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분노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27일 오전 B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포르쉐 센터 대치에 직접 전화를 걸어 B씨와 연결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포르쉐 센터 대치 리셉션 여직원은 "B씨는 이제 여기서 일 안하니까 스튜디오 청담에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불성실한 태도로 답변했다. B씨가 재차 연결을 요청하자 여직원은 한 술 더 떠 "내가 왜요?"라고 반문했다. 고급 수입차 매장 리셉션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무례한 응대였다.
 

[사진=연합뉴스]


◆'불자동차' 오명 BMW 코리아...반성은커녕 '책임 회피'

BMW 코리아는 수년간 차량 화재로 고통을 받아온 BMW 오너들의 아픔을 뻔뻔하게 외면했다. 차량 연쇄 화재와 관련한 결함을 알고도 은폐한 혐의를 받는 BMW 코리아 법인과 임직원 4명이 첫 재판에서 공소 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MW 코리아 법인과 전모씨 등 임직원 4명에 대한 공판 준비 절차를 진행했다.

전씨 등 임직원들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8년 4월까지 BMW의 일부 디젤 자동차에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불량이 화재로 이어져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 결함이 있음을 알고도 이를 감춘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정부에 제출해야 할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결함 관련 표현을 삭제한 것으로 봤다.

이에 대해 임직원 측은 "기본적으로 (차량의) 결함을 은폐한 사실이 없다"며 공소 사실에 대한 혐의를 부인했다. 또 "BMW 코리아는 지역 판매 법인이라 자체적으로 결함을 파악할 능력이 없다"며 "헌법의 명확성, 자기책임, 평등, 균형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BMW 코리아 임직원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2022년에도 BMW 차량 화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오후 11시 45분께 경기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사패산터널 인근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를 달리던 BMW X3 차량에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같은 달 오후 3시 52분께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 동부간선도로 의정부에서 성수 방면으로 달리던 BMW 차량에서 불이 났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5일 오후 1시 5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이동 이동사거리 인근을 주행하던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3대의 BMW 차량이 불에 탄 셈이다.

BMW 코리아.[사진=뉴시스]


◆해결책은? '레몬법 개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시급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호구 취급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레몬법 개선'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현재 자동차 교환·환불제도인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결함 파악 시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형 레몬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km 이내)에 중대 하자 2회 이상 또는 일반 하자 3회 이상으로 수리를 했지만, 하자가 재발한 경우(1회 이상 누적 수리 기간이 총 30일을 초과한 경우 포함)가 대상이다.

다만 벤츠 침수차 사례처럼 처음으로 결함을 파악했다면 먼저 수리를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규정 시행 3년이 지나도록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의 중재 판정에 따라 이뤄진 교환은 4건에 불과해 레몬법 도입 취지에 맞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도 시급한 과제다. BMW는 국내 차량 화재 당시 별다른 조치 없이 책임을 미뤘지만 미국에서 같은 원인으로 소비자 4명이 다치자 곧바로 140여 만대의 냉난방 시스템을 리콜했다.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정반대로 자동차의 결함을 운전자가 밝혀야 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호구 취급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날이 갈수록 수입차 업체들의 태도가 뻔뻔해지고 있다"며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레몬법 개선과 함꼐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