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홈쇼핑의 실적이 GS리테일 실적에 반영되고 호텔사업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주력사업인 편의점과 슈퍼의 영업이익 후퇴, 공통 및 기타부문의 적자폭 확대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퀵커머스와 푸드테크 그리고 펫 시장 등의 신사업 분야 투자 등도 매출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앞서 GS리테일은 지난해 4월 ‘매쉬코리아’에 508억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펫 프렌즈’에 325억을, 8월에는 ‘요기요’에 3000억을 투자하는 등 13개의 스타트업에 총 5500억 규모의 직접 투자를 진행했다.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편의점과 슈퍼마켓, 온라인몰, 홈쇼핑 사업을 하나로 통합해 GS리테일을 1년 매출 15조 원대의 대형 유통사로 재탄생시켰다.
허연수 부회장은 “전국 1만5000여 개 오프라인 플랫폼과 디지털·홈쇼핑 커머스를 결합한 유통사는 GS리테일뿐”이라며 “경계가 허물어지는 유통시장에서 합병 시너지를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통합 GS리테일은 5년간 1조원 규모의 투자와 합병 시너지 창출을 통해 현재 15조5000억 원 규모인 거래액을 2025년 25조 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플랫폼을 목표로 제시, 종합 플랫폼 '마켓포'를 통해 인수합병과 기업투자의 시너지를 가시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마켓포에는 온라인 장보기몰 'GS프레시'와 H&B(헬스앤뷰티) '랄라블라', 유기농 전문 온라인몰 '달리살다' 등이 숍인숍 형태로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마켓포' 정식 출시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홈쇼핑에서 편의점까지 1위 아성 ‘흔들’
편의점 GS25와 홈쇼핑 GS샵에서 올해 1분기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GS리테일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감소했다, 사업 부문별로 주력 사업인 편의점 GS25의 1분기 매출은 1조7557억원으로 6.5% 늘었지만, 광고 판촉비 증가와 GS페이·더팝·와인25플러스 등 서비스 개발을 위한 수수료 증가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
경쟁사들 대비 히트 상품이 없고, 점포수도 BGF리테일(CU)에 밀리면서 편의점 1위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다만, 올해 하반기 GS리테일이 아티스트 박재범의 '원소주' 독점 판매와 올 초 인수한 '쿠캣'의 간편식 출시 등으로 상품 경쟁력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지난해 7월 합병된 홈쇼핑 부문도 실적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GS샵 1분기 매출은 3021억원으로 합병 전 실적보다 1.6% 늘었다. 생활용품과 건강식품 판매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 영업이익은 259억원으로 30.3% 감소했는데 T커머스 채널 변경과 송출 수수료 인상 등이 반영됐다.
GS리테일의 올해 2분기 실적도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실적 모멘텀은 3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며 4분기부터 점진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올해는 실적 기대치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유정현·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도 “2분기부터 편의점 영업 정상화, 호텔 투숙률 회복 등으로 양 부문 실적이 개선되고 있으나 이커머스 사업의 적자 확대 불확실성이 실적 개선 효과를 일부 반감시키는 상황”이라며 “밸류에이션 저평가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요기요, 쿡캣 등 디지털 사업의 성과가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기요‧요마트로 퀵커머스 ‘승부수’ 통할까
통합법인 GS리테일의 핵심 전략은 디지털과 퀵커머스이다.
GS리테일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 지분30%를 인수한 후 지난 5월부터 즉시 장보기 서비스인 ‘요마트’를 본격 재개했다.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를 총괄했던 전준희 전 쿠팡 부사장도 영입했다. 퀵커머스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GS리테일은 오프라인 점포 기반의 배송·픽업서비스 '우리동네딜리버리'와 온라인 장보기 사이트 'GS프레시'를 통해 신선식품을 강화 등에 나서며 적극적인 투자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GS프레시몰은 올해 하반기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지방 권역으로 본격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충청권을 시작으로 영남권 등으로 새벽배송 서비스 권역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배민은 ‘B마트’, 쿠팡이츠는 ‘쿠팡이츠마트’ 등 주요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각자 퀵커머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물류 거점이 필요한 퀵커머스 서비스 특성상 두 서비스 모두 수도권 일부 지역에 한정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요기요는 GS리테일의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를 물류거점으로 활용해 초기 물류 거점 비용을 최소화했다. 지난달 론칭 1개월 만에 전국 200여개 요마트로 서비스 지역을 대폭 확장시켰다.
그러자 GS25 점주들은 요마트와 내부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요마트가 슈퍼마켓 GS더프레시를 거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동일 상품군의 매출 감소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중소상공인들도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사업 중단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내외부에서 갈등이 커지면서 악재 변수가 상존하는 셈이다.
GS리테일이 이커머스 전환에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디지털 부문 적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도 이커머스 사업부에서 분기당 3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가에서는 통합 후 디지털 부문 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GS리테일의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CJ 올리브영에 밀린 H&B스토어 ‘랄라블라’
GS리테일의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사업은 한없이 쪼그라들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힌 CJ H&B스토어 ‘올리브영’이 상장까지 바라보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GS리테일은 국내 H&B스토어의 선발주자였다. GS리테일은 2004년 홍콩 왓슨스홀딩스와 지분 50%씩을 출자해 합작법인 왓슨스코리아를 세우고, 왓슨스라는 이름으로 H&B스토어를 시작했다. 2017년 왓슨스코리아 지분 100%를 흡수합병한 뒤 2018년 브랜드명을 '랄라블라'로 변경했다. 당시 GS리테일은 H&B 스토어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연내까지 매장 수를 300곳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출범 반 년 만에 GS리테일은 H&B사업에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외형 확대보다는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더 힘을 싣겠다는 것이었지만, 190여개에 달하던 ‘랄라블라’ 매장수는 빠르게 줄어 급기야 지난해에는 70개로 급감했다. 올해는 GS리테일 공식 홈페이지 기준 48개만 운영하고 있며 신규 출점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GS리테일의 1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랄라블라가 포함된 기타사업부문의 매출은 1466억 원, 영업적자는 553억 원이다.
사업 초기 직영점 출점을 과도하게 밀어붙이면서 몸집을 키웠지만, 브랜드 인지도 및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GS리테일은 랄라블라 매각을 검토했으나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하며 이마저도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GS리테일은 랄라블라는 신규 출점을 중단하고 우량점 위주로 운영하면서 GS25 편의점 내 랄라블라 매대를 설치하고 있다. 또 GS샵 종합몰 내에 브랜드관으로 입점을 꾀해 온라인 플랫폼 고객과의 접점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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