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미증유 韓빅스텝] ②물가·환율·금리 '3고'…전문가 "70년대보다 압박수위↑"

신병근 기자 2022-07-05 07:00:00
경기 침체 속 물가상승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주식·채권시장 동반약세…'S' 가능성 갑론을박

자료사진 [아주경제DB]

[이코노믹데일리] 통화 당국이 사상 처음 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를 인상하는 '빅 스텝'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일명 'S') 공포도 밀려오고 있다.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본격화를 둘러싼 전문가 의견은 엇갈리지만. 1970년대 세계 경제를 위축시킨 'S'보다 현재 체감하는 압박 수위가 더 높다는 우려는 공통적이다. 

5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전 세계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은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구분 없이 공급망 병목 현상, 즉 수요의 문제가 아닌 공급 부족에 따른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인플레이션도 심각 수위에 달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현재 선진국의 100%, 개도국의 87%가량이 각국 중앙은행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원조를 받은 한국은 폭락한 원화, 고금리, 기업 부도가 속출한 'S'의 공포를 겪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풍토병화) 기조로 바뀌는 시점에서 'S' 공포는 또다시 피어오르는 모양새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엔데믹 시대를 맞아 초기 인플레이션 진화에 실패했다는 분석 속에 강력한 통화 긴축세가 장기간 지속되는 기류가 감지된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경기가 연착륙하거나 물가가 낮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연준이 물가관리에 실기했고 현저한 경제활동 둔화를 수반하지 않은 채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비난했다. 서머스 교수 주장은 곧 'S'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와 함께 본격적인 'S'를 경계한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물가와 함께 환율, 금리까지 높은 수준으로 오르는 '3고(高)' 현상이 이어지자 'S'의 현실화, 주식·채권시장 동반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영준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특히 미국 등 중앙은행의 강력한 유동성 흡수가 진행되는 국가는 금리 급등으로 가계 구매력 저하, 기업 비용증가 등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된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40여년 전 발현한 'S'의 가능성은 작다고 해도 경제 주체가 체감하는 압력은 과거보다 높다는 지적이 따른다. 김 연구위원은 "70년대 형태의 'S'가 재연될 가능성이 낮은 요인은 중앙은행 신뢰도 향상, 기대 인플레이션 안정, 석유의존도 하락, 노동조합 영향력 약화 등"이라며 "과거 평균보다 낮은 성장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경제 참여자들에게 부담을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임계치가 낮아졌기 때문에 실제 체감하는 'S' 압력은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진 '저물가·저금리+유동성 과잉' 조합이 'S' 압력과 통화 긴축 정책의 결과로서 '고물가·고금리+유동성 축소' 조합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