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이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 노사 관계에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22일) 현대차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올해 12차 임단협 단체교섭을 벌였지만 결국 결렬됐다.
현대차 노조는 ▲신공장 증설 ▲신규 인원 충원 ▲임금피크제 폐지 ▲각종 차별 철폐 ▲해고자 원직복직 ▲정년연장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사내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끝까지 일괄 제시를 거부했다"며 "말로 안되면 투쟁 전술로 사측을 압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간 주요 쟁점은 전기자동차(EV) 공장의 국내 건설과 임금피크제다.
노조는 자동차산업 전동화에 따라 국내에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신규 공장을 지으려면 기존 공장을 폐쇄해야 해 전환 과정에서 회사 및 직원들의 피해가 크다고 우려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현대차그룹이 국내·외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데 대해서도 "뜬구름 잡는 여론 몰이식 투자 계획은 안 된다"며 "규모, 시기, 장소가 담긴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공장 국내 건설과 임금 인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비교적 고령의 생산직 노조다.
사측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출고 적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 등 압박에 이어 추가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임금피크제 폐지에도 부정적이다.
노사간 입장차가 갈리면서 노조 측은 "사측의 결단을 전제로 실무 논의를 이어가야 하나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가지고 교섭에 임하는 사측과 더 이상 대화로 풀어갈 수 없다"며 교섭을 결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내 노조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현대차 노조가 적극 투쟁 노선을 고수하는 경우 자동차 산업 전체 임단협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 제재 등으로 원자재 가격과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노조가 사측에 일방적 요구만 주장하며 단체 행동에 나서는 경우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인도 기간이 긴 차종들이 추가 생산 부진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고 오는 2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다음달 1일에는 조합원 쟁위 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해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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