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올해 진행되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에 난항이 예상된다. 대법원에서 임금피크제 무효라는 판단이 나오면서 노동조합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조는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 고려해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단을 내놓은 이후 현재 사업장 내 임금피크제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겠다며 조직 행동에 나서고 있다.
가장 큰 완성차 노조인 현대차 노조는 만 59세가 되면 임금을 동결하고, 만 60세가 되면 기본급의 10%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단체교섭 요구안에 담았다.
기아 노조도 현대차 노조와 행동을 같이 하면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통한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도 만 54세부터 임금이 줄어드는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데 르노코리아 노조도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지엠도 7일 정년 연장과 기본급 인상, 400% 성과급 지급 등의 요구안을 확정지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재매각이 진행 중이라 임단협 주기를 3년으로 조정해 올해는 교섭을 진행하지 않는다.
임금인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임단협을 주도하는 비교적 고령의 생산직 노조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자동차(EV)로 전환하는 시대에 고용 불안정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대법원 판결이 불을 당겼다.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폐지 쪽으로 상황이 기우는 경우 사측은 관련 비용이 증가하는 것에도 대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출고 적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 등 압박에 이어 추가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반면 노조는 그동안 코로나19 상황과 반도체 공급난 등을 감안해 사측에 많이 양보해왔다는 입장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2013년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택하고 있어 정년 연장에 따라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신규 채용이 위축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임금피크제는 완성차 업체 외에도 여러 기업들에서 도입해왔던만큼 이번 대법원 판결 여파는 확산될 여지가 크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7일 '임금피크제 대법원 판결 관련 대응 방향'을 회원사들에 배포하고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원칙적으로 고령자 고용법상 연령 차별에 해당하지 않고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라도 기존 규정상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임금피크제라면 이번 판결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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