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너도 나도 수신금리 인상…은행권, 尹정부 출범 전 '몸 사리기'

신병근 기자 2022-04-20 10:59:00
예대금리차 콕 집은 尹…5대 은행, 최대 0.4P↑ 업계 "시범케이스 될라…기준금리 오름세 반영"

시중은행 한 지점 창구의 모습 [사진=자료사진]

[데일리동방]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예·적금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으나 예대금리차(예금-대출 간 금리 차이) 공시 확대를 강조한 새 정부 눈살에 쫓긴 요식 행위라는 지적이 따른다. 수신금리를 올렸는데도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금리 역시 치솟으면서 실제 고객이 느끼는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에서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금융 공약으로 예대금리차를 콕 집은 만큼 새 정부 출범 전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으려는 속내가 드러났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20일 현재 당행별 대표 예금, 적금 상품 금리를 평균 0.20%포인트가량 인상해 적용 중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한은 금통위)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1.50%로 기존 대비 0.25%포인트 인상한 것을 반영해 상품 특성에 맞게 최대 0.40%포인트까지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대표 정기예금 상품 'WON예금'은 전날 기본 금리가 0.30%포인트 올라갔다. 1년 이상 2년 미만 상품의 경우 만기 해지 시 기본금리와 같은 우대금리 1.10%가 더해져 연 2.20% 금리 혜택을 볼 수 있다. 비대면 적금 상품 'WON적금' 금리도 연 2.6%에서 최고 연 2.8%로 인상했다.

농협은행은 전날부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0%포인트 인상했는데, NH 자유로우대학생적금 1년 만기 상품이 1.70%에서 연 2.1%로 0.40%포인트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1년 만기 일반정기예금 금리는 1.45%로 0.25%포인트, 3년 만기 일반정기예금은 1.95%로 0.30%포인트 각각 올랐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하루 앞선 지난 18일부터 0.35~0.40%포인트씩 수신금리를 높여 적용하고 있다.

반면 대다수 서민, 중산층이 이용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는 최고 5.3%대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상단 5.07%와 비교 시 0.27%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가 따르는 코픽스가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아 1.55%에서 1.72%로 뛴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같은 기간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3.600~4.978%에서 3.900~6.380%로 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최고 금리가 1.402%포인트나 급등한 것인데,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난 3영업일 동안 수신금리가 오른 폭과 비교하면 대출금리 상승폭이 훨씬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은행권은 수신보다 여신에 금리 영향이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윤 당선인이)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를 공약으로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대표 상품 관련 금리를 공시하고 있어 '공시 확대'라는 의미가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의 기본 운영원리 상 대출 금리가 더 높아야 마진이 생기기 때문에 예대금리차 체감도가 떨어질 수는 있다"면서도 "대통령에 이어 금융당국 수장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서 수신금리를 조정(인상)해 고객들 이탈을 막고 대세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