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일회용품 규제에 현장선 혼란...점주들 "6월 보증금제 벌써 걱정"

이호영 기자 2022-04-07 06:00:00
일회용컵 달라는 고객과 마찰 잦아 점주들 불만...설거지 업무도 부담 6월엔 회수컵 반납 작업 가중...전문가들 "시행 전 유예기간 3개월 필요"

서울시내 한 커피전문점 매장 모습 [사진=이호영 기자]

[데일리동방] 이달부터 전국적으로 식당·카페·주점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면서 매출 타격을 우려하는 점주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일회용컵을 달라는 소비자와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늘어난 다회용컵(머그컵 등) 설거지가 급증한 것도 매장이 맞부닥뜨린 문제다. 일회용컵 금지를 잘 모르는 고객과 사업주도 많아 현장 혼선도 지속되고 있다. 

관련 업계 등에서는 6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작되면 매장 사업주 부담 확대로 이런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반 사항 지원과 함께 충분한 준비까지 유예 기간 3개월 정도는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6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환경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에 따라 카페뿐 아니라 식당과 주점 등 식품접객업소 등에서는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들어갔다. 

일회용 경우 컵(합성수지·금속박)을 비롯해 접시·용기(종이·합성수지·금속박), 나무젓가락 및 이쑤시개, 수저·포크 및 나이프, 비닐식탁보는 사용할 수 없다. 위반하면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앞서 2018년 8월부터 '자원 재활용법'에 따라 카페 등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해오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일회용품을 허용했다가 다시 금지하는 것이다. 올해 11월 24일부터는 일회용 종이컵, 빨대와 젓는 막대까지 일회용품 규제 대상 품목과 업종을 확대한다.

당분간 현장 계도에 초점을 두고 단속하면서 과태료 처분도 연기한 상태이지만 이를 두고 업계는 "이번 일회용품 사용 금지 혼란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6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이 더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4월부터 시행된 정부 규칙은 매장 내 일회용컵을 금지하면서 머그컵이나 개인컵 포함 다회용컵 사용을 유도하지만 일회용컵에 담아나갈 수는 있다. 이와 별도로 지자체 서울시는 매장 내에서든 밖으로 가져나가든 일회용컵을 아예 쓸 수 없는 '에코 매장' 시범 운영을 지난 2월 마치고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커피전문점업계 선두 스타벅스는 자발적으로 2025년까지 전점 일회용컵 사용 제로 매장으로 전환, 개인컵(사용 시 400원 할인) 사용 문화 정착을 목표로 삼기도 했다. 

이에 더해 6월 10일부터는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 3개 자원순환 분야 하위법령 일부 개정안을 통해 100개 사업장 이상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을 대상(전국 약 3만8000여개 매장)으로 일회용컵(플라스틱컵·종이컵)당 자원순환보증금(300원) 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런 보증금 제도는 일회용컵을 전면 금지하는 다회용컵 전용 '에코 매장'을 제외하고 적용된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적용되는 프랜차이즈는 ▲이디야·스타벅스·투썸플레이스 등 커피전문점 ▲던킨도너츠·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제과·제빵점 ▲롯데리아·맘스터치·맥도날드·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 ▲배스킨라빈스·설빙 등 아이스크림·빙수전문점 ▲공차·스무디킹·쥬씨 등 기타 음료전문점 등이다. 

소비자는 일회용컵에 담아 음료를 구입할 때 300원을 내고 해당 컵을 음료를 구입한 매장이나 다른 매장에 돌려주면 냈던 300원을 현금이나 계좌 이체로 돌려 받는다. 길거리에 방치된 일회용컵을 주워 매장에 돌려줘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다. 보증금 받는 컵은 표준 규격이 따로 있고 바코드와 함께 위변조 방지 스티커를 붙여 구분한다. 

이런 보증금제에 대해 해당 프랜차이즈업계는 가장 큰 문제로 버려진 뒤 반납하는 일회용컵 위생과 적재 공간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는 "회수된 컵 출처가 불분명하고 우유와 휘핑 크림, 과일 소스, 연유 등을 첨가한 음료를 담았던 컵은 위생에 취약하다"며 "음료를 제조하는 바리스타가 회수 컵도 동시에 반납 받는 작업을 하면 위생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결제와 동시에 음료 제조가 이뤄지는 바(Bar)에서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위생 문제뿐 아니라 음료 제조 자체가 방해를 받게 된다"며 "주문 후 수령 시간이 길어지면 고객 불만도 예상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위생 문제는 계속 돈을 만져야 하면서 보증금을 현금으로 줄 때도 발생한다. 은행까지 가야 하는 추가 업무 등 노동 가중도 문제다. 

업계는 "4월부터는 매장용 머그컵 등을 설거지해야 하는 인력도 필요하고 코로나로 비대면 주문은 늘고 있는데 컵은 오프라인으로 회수하면 컵 반환 업무까지 담당할 직원이 더 필요해 인건비 문제도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반환 컵 보관 공간은 영세 사업장 경우 더 문제"라며 "매장 바에서 음료 제조, 설거지까지 하는데 미관상 안 좋고 잘 닦이지도 않은 크림, 소스 등으로 냄새 나는 일회용컵을 같은 공간에 보관하면 오던 고객마저 끊길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매장마다 규모가 다를 테지만 일회용컵도 외부에서 가지고 들어와 보관하거나 쌓아두는 공간이 있을 것"이라며 "해당 공간에 반환 받은 컵은 보관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추가 업무, 인력 등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을 고려해 반환 전용 앱을 개발했다"며 "매장은 기존 코로나19 전자 출입 명부 출입 시 태블릿을 세워놓고 QR 코드를 찍었듯이 그 정도 준비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또 "기존 QR 코드를 사용했던 태블릿에 반환 전용 앱을 실행하는 것이어서 추가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앱을 깔고 앱을 찍은 다음 반환할 컵을 다시 찍으면 앱에 반환금이 입금되면서 무인으로 자동 반환할 수 있다"고 했다. 반환 컵 회수는 태블릿 근처에 기존 수거 전용 꽂이 정도만 세워두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