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20년 전 버추얼 가수 '아담'이나 현재 활동 중인 가수 겸 배우 '한유아(자이언트스텝&스마일게이트)', '루이(디오비스튜디오)', 'M1(마인즈랩)' 이외 음악가 '김래아(LG전자)', '네온(삼성전자)', 등도 있지만 1호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 활동은 독보적이다.
엇비슷한 시기에 개발, 활동을 시작했지만 '루시'도 구현 가능한 기술에서는 '로지'와는 격차가 크다. '루시'는 아직 기술 고도화가 한창이다.
재작년 8월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을 당시 '로지'는 춤추는 액션 등 거의 모든 기술을 접목한 상태였다면 작년 2월 선보인 '루시'는 최근에 와서야 움직임을 넣고 음성으로 말하는 단계까지 온 정도다.
하지만 이들 '로지(22)'와 '루시(29)' 모두 '한유아(21)'나 '김래아(23)' 등과는 크게 다르다. 이 둘은 MZ세대가 호감을 갖는 외모와 개성, 세계관을 지녔다. 애당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겨냥해 만든 가상 인간이어서다.
로지 경우 성격 유형(MBTI) '재기 발랄한 활동가형(ENFP)'으로 세계 여행과 요가, 러닝, 에코 라이프, 패션 등이 관심사다. 인스타그램엔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패션·여행·환경·일상을 주제로 소속사 지원팀이 제작한 계획적인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또 둘 모두 약 수만명대 실제 젊은 세대 팬덤과 소통하는 '가상 인플루언서'라는 점이다. '로지'는 12만5000명 팬덤을 보유했다. 유통업계 첫 메타 인간 '루시'도 로지에 버금 가는 약 7만1000명대 팬덤이 있다.
국내 버추얼 인플루언서 시장은 메타버스 흐름과 맞물려 5년 내 14조원대로 성장, 휴먼 시장을 넘어서리란 예측마저 나온다. 국내외 이 시장 협업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트렌디한 유통·식품·뷰티·패션 등 유통가다.
미국 '릴 미켈라'(프라다·지방시 모델), 일본 '이마'(이케아 모델)뿐 아니라 실제 국내 로지와 루시 등 가상 인플루언서는 이들 업계와 가장 많이 손잡고 있다. 로지만 봐도 팔도, GS25와 협업하고 인스타그램엔 헤라 블랙쿠션, 캘빈클라인 제품 착용 모습이 다수 게시돼 있다.
활동한지 2년이 채 안 됐지만 로지는 국내 톱스타 반열에 올라 있다. 작년 7월 신한라이프 TV 광고 직후 패션 브랜드 20여곳을 포함해 협찬 제의가 100건 이상 이어지면서 로지가 자체 벌어들인 광고 수익만 연간 1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MZ세대 타깃 기업에서 관심이 많다.
특히 '로지' 활동 반경은 'K-가상 인간'으로서 글로벌을 넘나든다. 국내 TV 광고로 알려진 로지는 작년 말 글로벌 최초로 한국에서 '스파이더맨 : 노웨이 홈'을 개봉할 당시 홍보 차 스파이더맨 역 배우 톰 홀랜드와 K-가상 인간으로서 인터뷰에 나서기도 했다.
로지는 메가 인플루언서 미국 '릴 미켈라'뿐 아니라 영국 '슈두', 일본 '이마', 중국 '화즈빙', 태국 '아일린' 등 각국을 대표하는 메타 인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활약하고 있다.
TV 광고 공개 전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가상 모델 '슈두'와 협업하기도 했다. 슈두는 한복 스타일 옷을 입고 로지는 아프리카 의상을 입은 사진을 따로 제작해 같은 날 하나로 합쳐 인스타그램에 동시 게재한 것이다.
최근 '로지'는 데뷔 싱글 '후 엠 아이'로 가수로서도 주목 받고 있다. 로지는 배우로서 활동도 예고한 만큼 글로벌 맹위를 떨치고 있는 한류 K-콘텐츠를 주도하리란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 넷플릭스 드라마 단역 출연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업계는 영화·드라마·팝 등 K-콘텐츠 기반 한류로 글로벌 진출에 힘을 받고 있다. 한국 영화 처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오스카) 4관왕 석권 등 '기생충'의 글로벌 성공과 함께 영화에 등장했던 '짜파구리' 재료 '너구리'와 '짜파게티' 농심, 편의점 판매량이 급증하고 농심 주가마저 오르며 수혜를 본 것이 일례다. 가깝게는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글로벌 1위 드라마에 등극하면서 유통·식품업계가 들썩였던 사례도 있다.
업계는 "로지는 이미 MZ세대 아이콘으로서 국내 정상급 모델들만 서는 뷰티 광고를 섭렵하고 있다"며 "시공간 제약이 없는 데다 사생활 문제 소지가 거의 없는 점 등이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이 이어지는 이유"라고 봤다. 이어 "앞으로 배우로서 로지 활동이 확대된다면 한류를 주도하며 또 다른 차원의 협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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