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도약하는 두산]①"수소 산업 선두주자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문은주 기자 2022-01-18 07:23:21
보유 자산·계열사 매각 노력에 재무 구조 개선 평가 "더 도약하자" 메시지...수소 시장 선점 행보 본격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그룹]


[데일리동방]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더욱 공격적으로 나아갑시다. 더 큰 도약을 향해 자신감을 갖고 새롭게 시작합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2022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도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던 시간을 벗어나 신사업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해나가자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수소 산업과 더불어 로봇 등 무인화 작업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 62년생 임인년 주인공..."재무 안정성 개선" 평가

1962년생인 박 회장은 호랑이띠로, 임인년 주인공 중 하나다. 고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나 대일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에 이어 미국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두산산업에 입사한 뒤 오비맥주 상무, 두산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두산과 두산건설의 회장을 겸임하다가 2016년 박용만 회장에 이어 두산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주요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한때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박 회장은 보유자산과 계열사 매각이라는 숙제를 받아 들었다. 국내 탈원전∙탈석탄 정책 시행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시장이 친환경 기조로 넘어가면서 두산중공업의 사업 기반과 수익 구조가 약화된 탓이다. 

미분양 누적으로 신음하던 두산건설을 비롯해 여러 계열사가 수익성이 약화되고, 금융 비용이 늘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 구조가 흔들리기도 했다. 박 회장의 지휘 아래 두산그룹은 주요 자산을 다수 매각하고 일부 사업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지주회사 두산이 두산중공업, 오리콤 등 자회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한편, 중간지주회사인 두산중공업을 통해 두산밥캣, 두산메카텍 등을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주요 계열사 [그래픽=임이슬 기자]


주요 계열사 매각으로 수익 기반이 축소됐지만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그룹의 재무 구조가 개선되기 시작했다.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 효과와 두산밥캣의 호실적, 전자BG 등 자체 사업의 양호한 실적도 힘을 보탰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두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으로 부여했다. 5G, 반도체 등 하이엔드 시장이 확대되면서 주력 사업인 전자BG가 만드는 부품 수요가 늘어 양호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익수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재무적 측면에서 사업 매각을 통해 재무 부담이 크게 경감됐으나 두산중공업에 대한 출자와 모빌리티, 로지스틱스, 로보틱스 등 신사업 관련 자금 소요로 재무 부담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무 부담 추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26년 만에 CI 변경...새로운 비즈니스 집중 원년으로

두산그룹은 지난 3일 새로운 CI를 공개했다. 기존 CI에 있던 로고 뒤에 있던 ‘3색 블록(쓰리 스퀘어)’이 사라지고 영문만 남았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과거의 틀을 벗어나, 미래를 향해 역동적이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새로운 두산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사진=두산그룹]


새 CI의 색상에는 ‘인데버 블루(Endeavour Blu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간적이면서 신뢰를 주는 색상’이라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두산은 지난 1933년 12월 설립됐지만, 창업주가 창업한 해(1896년)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 업력 126년을 맞는다. 새로운 CI 공개를 계기로 가장 오래된 기업이지만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두산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혁신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이번 신년사에서 △신사업군의 본격적인 성장 △수소 비즈니스 선도 △혁신적 기술과 제품 개발 △경쟁우위를 통한 기존 사업의 시장 선도 등을 올해 주요 실행 목표로 제시했다. 박 회장은 "폐플라스틱 수소화 기술, 수직 이착륙 고정익 드론, 카메라 로봇 등은 두산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기술과 제품들”이라면서 “더 나은 기술,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부단한 혁신을 이뤄 나가자”라고 말했다.

국내 친환경 에너지 시장은 물론 확대가 예상되는 미국, 유럽 컴팩트 건설 기계 시장과 미국 수소 시장에서도 글로벌 경쟁사들을 제치고 나갈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우자는 것이다. 두산은 앞서 지난해 4월 수소 시장 선점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룹 차원의 '수소 TFT'를 신설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 등 계열사 전문인력을 모아 글로벌 수소시장을 분석하고 국가별·정책별 시장 기회를 파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다.

한신평은 "앞으로도 전자BG의 우수한 사업 경쟁력과 디지털 산업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와 더불어 로지스틱스·로보틱스·드론·연료전지 등 신사업의 매출 기여를 바탕으로 양호한 영업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