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伊사모펀드 사태 선 긋는 금감원장…하나은행 '지휘 책임' 일축

신병근 기자·이아현 수습기자 2021-12-08 10:18:17
임원급 제한…정은보 "은행장 책임물을 것 아냐" 피해단체 "DLF 외 위법행위 추가제재할 수 있다"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본사[사진=하나금융]

[데일리동방] 하나은행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둘러싼 금융감독원 제재 심의와 관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자 피해자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사실상 함 부회장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정 원장은 함 부회장이 이번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 대상에서 빠진 것을 놓고 피해자·시민단체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자 전날 "실무자들 불완전 판매 문제라 (함 부회장에게) 지휘 책임을 물은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원장은 또 "불완전 판매에 관해 (금감원 제재심) 논의는 계속하고 있다"며 "내부 통제와 관련해서는 당국 판단을 법리적으로 검토해 신중한 제재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금감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이 지난 6일 낸 공동 논평을 겨냥해 하나은행 사모펀드 사태 주된 행위자는 실무자급이라고 일축했다. 투자자들에게 왜곡된 투자 정보를 전한 주체가 은행 실무자급이고 그 감독자는 당시 행장이던 함 부회장이 아닌 임원급에 제한된다는 자체 판단에서다.

경실련 등은 앞서 "불완전 판매의 경우 사건마다 분리해 제제 대상을 정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위반의 경우에만 하나로 묶어 제재 대상을 판단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함 부회장이 또 다른 사모펀드 일종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이에 불복해 당국과 행정 소송을 벌이고 있는 점을 들어 동일한 사유로 추가 사모펀드 사태 제재심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금감원 입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금감원은 현행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의거 (금융사·최고경영자의) 새로 발견된 과거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추가 제재할 수 있다"며 "함 부회장은 DLF 외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지난 2일 제재심을 열어 하나은행을 상대로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2017~2019년 이탈리아 소재 병원이 지방정부에 청구하는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국내 투자자를 모아 판매한 하나은행은 2019년 말부터 상환 연기와 조기 상환이 거부되는 등 피해액만 11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