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파격적 혁신’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우유 넘어 종합식품회사로 탈바꿈

주진 생활경제부 기자 2021-12-02 11:04:08
국내 유가공업계 첫 여성CEO, 파격적인 혁신으로 우유 넘어 국민영양식 신시장 개척 ‘어머니 리더십’으로 가족친화경영‧사회공헌‧지배구조도 모범…'좋은 기업이 1등 기업 된다' 신념

[사진=아주경제]

[데일리동방] “건강한 매일, 맛있는 매일, 새로운 매일을 연구하고 개척하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반세기 역사 매일유업을 8년째 이끌고 있는 김선희 대표이사 사장이 선언한 회사의 미션이다.

‘고객과 주주로부터 항상 사랑받는 기업, 사회가 존경하는 기업,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는 기업, 협력회사들이 함께 하고 싶은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믿음에서다. 이는 품질경영과 상생경영, 가족친화경영이라는 김 사장의 경영철학과도 궤를 같이 한다.

매일유업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주관 ‘2021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유가공부문에서 4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시장 변화에 대한 혁신활동을 평가하는 혁신가치와 기업·제품에 대한 신뢰도‧선호도, 사회공헌과 친환경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사진=매일유업 ]


◆ “소비자 눈으로 시장을 바라보라. 해답은 그곳에 있다.“

김선희 사장은 파격적인 혁신과 도전으로 레드오션이라고 불렀던 유가공 시장을 고부가가치 블루오션으로 개척했다.

‘매일 묻고 매일 답하라.’ 매일유업의 기업이념이다. 늘 새롭게 변화하는 회사가 되자는 것이다. 김 사장은 그 해답을 ‘고객’에서 찾는다.

그는 매일 직원이나 고객이 보내온 요구사항을 꼬박꼬박 챙긴다. 고객의 소리(VOC)는 회사 카카오톡 공식 계정과 전화·홈페이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집돼 고객 상담실을 거쳐 김 사장에게 직접 보고된다. 고객의 니즈를 적극 수렴하기 위해서다.

매일유업은 2006년부터 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구성하고 관련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인 CCM(CONSUMER CENTERED MANAGEMENT)을 도입,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고객을 우선시하지 않는 기업은 더 이상 고객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제 어떤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고객이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생각하고 어떤 선택이 고객의 가치를 우선하는 것인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2019년 1월 2일 신년사에서)

고객의 눈으로 시장을 바라본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국내 유제품 시장은 출산율 감소와 소비자의 먹거리 트렌드 변화로 성장한계에 직면했다.

김 사장은 오히려 급격하게 늘어나는 50대 이상 고령층을 주목했다. 근력이 줄어드는 고령층을 위한 단백질 강화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3년간 제품을 개발해 2018년 10월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출시했다. 없던 시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게다가 고객의 니즈에 맞춰 코어프로틴(분말), 마시는 프로틴, 프로틴바, 스포츠, 슬림25, 밀크세라마이드(먹는 화장품) 등 6종으로 제품군을 세분화해 소비층을 다각화했다. 이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셀렉스를 단백질 보충제로 활용하는 젊은층의 수요까지 사로잡았다.

2년여 만에 매일유업 전체 매출의 4%를 차지하는 효자 품목이 된 셀렉스의 매출은 올해 8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단백질 음료와 파우더로 선전하고 있다.
 

[사진=매일유업 ]

 

[사진=매일유업 ]


김 사장은 또 젊은 층을 겨냥해 컵커피 ‘바리스타룰스’, 우유를 대체할 식물성 음료 ‘아몬드브리즈’, 저지방 유기농 우유 ‘멸균팩’ 등을 한국 최초로 선보였다. “젊은 층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면 우유 대체 식품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면 된다”는 김 사장의 혜안과 뚝심이 이들 제품을 시장을 리드하는 1등 브랜드로 키워냈다.

김선희 사장은 오너가의 일원이면서 동시에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은 故김복용 창업자의의 조카이자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의 사촌여동생이다. 김 사장은 미네소타대학교 경영대학원(MBA)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13년 동안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김 회장의 권유로 2009년 매일유업에 합류한 김 사장은 재경본부 본부장(전무)으로 일을 시작했고, 2010년 재경본부장 부사장과 2011년 경영기획본부장 부사장을 거쳤다.

재무 전문가답게 그는 뛰어난 재무관리 능력으로 매일유업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0년 4월 치즈전문 자회사 ‘상하’의 흡수합병을 이끌어 내며 경영효율화를 꾀했다.

사업다각화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했다. 커피음료 시장을 겨냥, 2013년 커피 전문점 브랜드 ‘폴 바셋’ 사업부문을 분할해 비상장법인 ‘엠즈씨드’를 세웠다. 2014년 1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매일유업 창사 이래 첫 여성 대표이자 국내 유제품 업계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사진=메일유업]


2016년 대표 취임 2년 반 만에 매일유업을 유가공업계 매출 1위 자리에 올려놨다. 매일유업은 지금도 유업계에서 유일하게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931억원, 영업이익 222억원을 기록, 각각 전년 대비 1.6%, 3.5% 증가했다. 라이벌 남양유업, 빙그레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나 홀로 성장'에 성공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매일유업을 유가공 전문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워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식품 그 이상, 한국을 넘어(More than food, Beyond Korea)’라는 비전 아래 중국을 비롯해 해외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을 답습해서는 성공할 수 없고 새로운 방식과 ‘파괴적 혁신’을 요구하는 경영 환경이 됐다”며 “조직 구성원이 만들어 낸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조직이 받아들여 선도적인 변화를 할 수 있느냐가 시장 내에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매일유업 ]


 ◆‘어머니 리더십’으로 가족친화경영‧사회공헌‧지배구조도 모범

김선희 사장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어머니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김 사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가족’이다. 가족이 행복해야 기업이 성장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의 고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김 사장은 취임 후 '일하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보수적인 조직 문화를 바꾸고 탄력근무제, 육아휴직, 정시퇴근, 패밀리데이 등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도입 운영했다. 지난해에는 임신한 직원 가족을 서울시내 호텔로 초청해 1박 2일 육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나눔 경영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부터 저소득, 다문화, 장애인 관련된 사회공헌활동을 진행중이다. 100만명 중 1명 꼴로 태어나는 선천성대사이상 환아들을 위한 특수분유 8종 12개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아와 가족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서로간의 공감대를 만들 수 있도록 매년 여름 PKU 가족캠프를 후원하고 있다. 또 하트밀캠페인을 통해 소수의 환아들이 차별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 

또 1975년 국내 최초로 ‘1일 어머니 교실(현 앱솔루트 맘스쿨)’을 개최한 이후 40여년간 임산부를 위한 무료 임신육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혼자 사는 노인들의 안부를 묻는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과 손잡고 2016년부터 정기 후원해 왔다.
 

[사진=매일유업 ]


최근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을 위해 분유를 전달했다. 김 사장은 “아프간의 그녀들이, 대한민국의 그녀들과 같이 동등한 자유와 인권, 교육받을 권리, 정치·경제적 권리를 누릴 수 있길 기원하고 응원한다”고 했다.

ESG 경영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면서 김 사장의 가치경영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오너가 일원이지만 회사 지분은 소수점 이하로 갖고 경영에 몰두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모범 지배구조를 실천한 CEO라는 평가도 받는다.

김 대표는 “다가올 미래에는 기술변화가 초래하는 새로운 사업환경에서 치열한 경쟁양상이 나타나는 동시에,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전에 없이 부각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진정성을 갖고 생산한, 좋은 원료로 제대로 만든 제품을 찾는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한다.

이제 성장과 포용을 아우르는 좋은 기업,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착한 기업이 '1등 기업'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창의적인 혁신, 뜨거운 열정과 진정성으로 매일유업의 새로운 신화를 써나갈 그의 당찬 도전을 주목하는 이유다. 



 

[표=매일유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