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제일약품, '자료조작ㆍ허가취소'…모럴해저드 '심각'

이상훈 기자 2021-11-08 12:52:35
식약처, 제일약품 고혈압치료제 '텔미듀오정' 등 3개 품목 허가 취소 삼성제약, 임의 제조 행정처분 이어 전 제조업무 정지까지… 민낯 드러낸 제약업계 향해 “기본부터 지켜야…관행 탈피 필요” 질타 목소리

[사진=제일약품(카카오맵 캡처)]

[데일리동방]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품질관리 문제가 또 불거졌다. 이번엔 제일약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제일약품 고혈압복합제 ‘텔미듀오정’ 3종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 중지와 회수를 조치했다. 올해 들어 식약처에 품질관리 위반으로 적발된 업체는 8곳으로 늘었다.

제일약품은 해당 품목허가 신청을 위해 제출한 자료 중 일부 시험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올해 4월부터 '의약품 GMP 특별 기획점검단'을 운영하며 의약품 제조소를 불시 점검 중이다. 제일약품은 의약품 제조공정 관련 품질관리 기준의 일종인 잔류용매 시험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약사법은 제약사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으면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문제는 제일약품이 텔미듀오정 3종과 같게 위탁 제조하는 품목 중 같은 허가 신청자료를 제출해 허가받은 14개사 제품도 같은 처분을 받는다는 점이다. 제일약품은 자신들의 체면만 구긴 게 아니라 동종업계 기업을 믿고 품목 제조를 맡긴 타 제약사들의 뒤통수까지 친 셈이다.

제일약품 성석제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국민건강을 지켜야 하는 책임 있는 의약품 제조사로서,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이와 같은 일로 실망을 드려 깊은 반성과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일 공장의 생산본부장과 품질경영본부장을 신규 영입했다. 신임 생산본부장(상무)은 심상영 전 에이치엘비 공장장, 신임 품질경영본부장(상무)은 이영호 전 다림바이오텍 공장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텔미듀오정 사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지만, 사후약방문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영 생산본부장과 이영호 품질경영본부장. [사진=제일약품 제공]

삼성제약은 지난 7월 의약품 임의 제조 사실이 적발되며 일부 품목에 대해 잠정 제조∙판매 중지 및 회수 조치를 받은 데 이어 5일 식약처로부터 전 제조업무 정지 3개월 처분 등을 받았다. 약사법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자는 제조소마다 제조관리자를 둬야 하지만, 삼성제약은 제2공장 제조관리자에게 제1공장의 제조관리업무까지 맡긴 게 적발됐다.

삼성제약은 공시를 통해 영업정지금액이 약 57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각 제품 평균 매출액 기준으로 계산한 것으로, 지난해 매출액(약 482억원)의 11.87%에 달하는 규모다.

품질관리 문제로 식약처에 적발된 8곳 업체들을 살펴보면 고의로 시험자료를 조작한 제일약품과 한올바이오파마를 제외하면 제조법이 변경됐어도 신고하지 않거나, 원료 사용량을 임의로 바꾸거나 첨가제를 임의로 사용하는 경우 등이었다. 지금까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그냥 넘어갔던 행위들이 이제는 적발 대상이 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처에 적발된 사례에서 자유로운 제약사가 많지 않아 앞으로도 적발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제약사의 기본이나 다름없는 품질관리는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2021년 품질관리 위반 적발 제약사 및 품목, 위반사례]